[여성칼럼]AI(인공지능)와 사람
[여성칼럼]AI(인공지능)와 사람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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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사)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10년 전 서울 사는 지인이 한 달에 진주를 수차례씩 다녀가며 초등학생들의 일기장을 수집했다. 일기장 한 권에 얼마의 돈을 지불하며 수집했다. 그리고 그 지인은 교도소를 순회 방문하며 수감자 대상 문화 봉사를 하고 그들의 글을 수집한다고도 했다. 당시 지인은 AI(인공지능)쳇을 개발할 것인데 연령에 맞는 언어와 상황에 따른 다양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했다. 연애 중인 사람의 언어, 아픈 사람의 언어, 범죄자의 언어, 운동선수의 언어, 사이좋은 부부의 언어, 가정폭력 부부의 언어 등 여러 가지 상황에 있는 사람의 언어를 수집하는 단계라고 했다.

그들이 개발하는 AI쳇은 사람하고 똑같이 생각하고 사람하고 똑같이 말할 것이라며 흥분돼 있었다. 그 당시에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AI는 이세돌과 바둑 둔 알파고가 전부였으며 제아무리 바둑의 모든 전술이 입력돼 있는 컴퓨터라 할지라도 이세돌이 한 번 이기는 것을 보고 ‘역시 이세돌이야!’ 하며 인간의 우수성을 확인하며 안심했던 기억이 전부였다. AI는 내가 관심갖기엔 어려운 분야라 부담스러워 단지 지인과 만나는 것에 만족했다.

그 후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중국의 인공지능 판사 등장을 보며 ‘우리 일상에도 AI쳇이 들어오는 구나’를 느꼈다. 원고와 피고가 인공지능 판사와 함께 화상으로 재판을 한다. 인간 판사가 따라갈 수 없는 엄청난 업무량을 해결했다. 판결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판사마다 판결이 다르다며 판사의 양심, 판사의 종교적 성향, 판사의 정치적 소신, 판사의 성인지 감수성, 판사의 윤리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는 단점이 없다. 그렇다면 AI는 바둑이나 법률같이 모든 영역에서 긍정적일까?

AI쳇이 결과물을 산출해내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입력돼야 한다. 문제는 법조문과 바둑과 같은 정해진 학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 지인이 생각났다. 지인이 수집했던 것처럼 AI쳇은 결국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 그래야 챗봇이 인간과 대화를 나누는 친구가 될 수 있다. 20세 여성 AI와 30대 남성 AI를 생각해보자. 나는 어떤 챗봇과 친구가 될 것인가? 관계와 상황에 따라 20세 여성이 할 수 있는 방대한 언행을 입력하고 챗봇이 이를 학습한다. 30세 남성 또한 마찬가지다. 챗봇이 학습한 내용에 따른 결과물이 인간 친구에게 하는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AI가 학습한 방대한 학습은 어디에서 왔는가? 결국 우리 인간의 데이터다. 우리 인간의 일기장, 우리 인간의 대화창, 우리 인간의 성문화, 놀이문화, 연애 문화, 생활방식을 입력했다. 따라서 챗봇 역시 우리 인간의 생각이 반영된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고 그 결과물로 표현한다. 결국 쳇봇은 인간을 그대로 답습하고 그 결과물을 우리에게 돌려준다.

인간의 편향성을 답습하거나, 인간의 불공정이나 불평등을 답습하거나, 인간의 폭력성을 답습한다면 챗봇은 같은 결과물을 준다. 이에 인간의 친구가 되어 혐오 발언을 한 챗봇이 문제가 돼 결국 이용을 중지하는 일이 있었다.

인공지능(AI)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게 되면 그것은 결국 인간의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인간이 생명을 최우선하고, 인권과 정의, 민주주의를 중시하며, 차별과 폭력을 허용하지 않고 평등을 생활화해야 한다. 우리 인간 생활에 문제가 없고, 우리 인간이 제공한 빅데이터가 챗봇에 제공되고 쳇봇이 이를 학습했을 때, 비로소 AI(인공지능)가 우리 인간의 일상에 들어오는 것을 안심할 수 있다. 챗봇이 친구가 된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당신의 친구는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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