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새해에는 고집의 江을 건너가자
[경일춘추]새해에는 고집의 江을 건너가자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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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 청렴·학부모교육 강사
박상재 청렴·학부모교육 강사


새해, 지난 한 해 우리들에게 일어난 많은 일들을 반추해보니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 목청 돋우며 힘겨룬 고집과 아집이 떠오른다. 고집의 강(江)이란 말이 있다. 잘잘못에 관계없이 절대 자기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강에 대한 최초의 고집은 ‘공무도하가’이다. 고조선 뱃사공이었던 ‘곽리자고’가 새벽 일찍 일어나 배를 젓고 있는데, 머리가 흰 미친 사람이 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소리 높여 부르며 막으려 했으나 강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의 아내가 공후를 타며 ‘공무도하’의 노래를 지으니 그 소리가 매우 구슬펐다. 노래를 마치고 아내는 스스로 강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 곽리자고가 집에 돌아가 아내인 여옥에게 그 소리와 이야기를 들려주자, 여옥은 슬피 공후를 타며 그 소리를 이웃에게 전했다./님아 님아 내 님아! 그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네시네/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 님을 어이할꼬/ 읽을수록 고집을 생각게 하는 애처로운 사연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 삶에는 삶과 죽음의 두 강이 흐르는데 언젠가는 그 강 앞에 선다. 저 깊은 강물이 얼마나 차가운지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그곳에도 삶이 있는지, 두렵고 종교의 신념에 따라 생각도 다르다. 우리는 현실에서 싫든 좋든 많은 강을 만난다. 고집의 강은 꺾지 못하는 고집이 모여서 고집의 ‘에고’, 즉 나를 만든다. 고집을 꺾으면 상대에게 굴복한 것처럼 보이고 죽을 것 같은 창피함 때문이다. 그래서 고집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망설이다 돌아서고 만다. 반면 죽음을 무릅쓰고 고집의 강을 건넌 사람은 님아! 그 강을 건너라! 라고 소리친다. 죽어봐야 저승을 알듯이 내가 한 번 죽어야 고집도 따라 죽는다. 힘들게 고집의 강을 건너고 나면 다툼과 분열, 고통 없는 풍경을 보고는 내 고집의 반대편 강에서 외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오라고”

이익은 “나는 자기 말만 옳다고 우기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했고, 안중근의사는 “나는 일본인을 미워하지 않는다”했다. 좌우가 없었다. “나에게는 나라와 민족만 있다”고 했다.

이제 모두 아집을 버리고 택선고집(擇善固執)으로 나아가 우리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물려주자. 정직한 패배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새해에는 모든 이치가 하나로 융화돼 갈등이 없는 원융의 도리로 분열의 벽을 넘자. 새 달력이 물끄러미 나에게 묻는다. 너는 금년 한 해 어떤 강을 건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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