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들이 놀다 마을 구경을 나갔나
19줄 괘선들이 바람에 손풍금을 울리고
-유성식 시인 ‘신선이 떠난 자리’
신은 세상을 활보하는 사람을 가두려 겨울이란 계절을 만들었다. 사람이 따뜻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나머지 공간을 자연에 내어주는 것이다. 사람을 위해 조성된 공간에 자연이 들어찼다. 사람의 발길 대신 흰 눈이 공원을 차지하고 있다. 바둑판 활로를 아무렇게나 누비는 이파리들과 새들이 쪼다 갔을 듯한 낙엽송 뭉그러진 열매가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참새와 곤줄박이가 바둑을 두지는 않았을까. 아니다. 시인은 이제는 설화 속으로 숨어버린 신선이 놀다 갔다고 한다.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얘기다. 신선이 사람의 겨울 살이가 궁금해 마을 구경을 나갔다는 말이다. 그 사이 조약돌들이 바둑을 두고 있는 것이겠다. 자연이 설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시인·두원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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