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운수대통을 기원하는 정월떡과 섬만두
[경일춘추]운수대통을 기원하는 정월떡과 섬만두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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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정월에는 흰떡 범벅, 달떡 범벅….’ 떡을 주제로 한 월령가 범벅타령에는 정월떡으로 두 가지가 등장한다. 부정을 제하고 안위를 상징하는 흰떡과 반달 모양으로 빚어 팥소를 넣은 흰색 달떡이다.

반만년 보릿고개를 넘어온 우리 민족에게 떡은 식생활에서 으뜸이었다. 특히 정월에는 일체의 부정을 막는 의미로 흰떡을 안쳤다. 종부의 성의가 부족하면 떡에 김이 골고루 오르지 않고 가정에 불운이 깃든다는 속설이 있었다. 정월떡을 장만하는 종부는 금줄을 치고 창호지로 입을 막았다. 이웃에 초상이 나도 모른 척 해야 했다.

진주 관아에서도 ‘백병(白餠)’을 쪘다. 수령의 떡도 진주 백성들의 무탈과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뜻이었을 것이다. 백병은 멥쌀가루로 만든 가래떡, 절편 등을 총칭한다. 진주에서는 잔칫상에 떡국을 올리는 것이 상례이므로 가래떡이었을 것이다. 1개당 1푼으로 저렴했다. 무거운 쌀을 불리고 쪄내는 힘든 작업은 주로 30명의 취사병들이 맡았다.

만두를 크게 빚어 풍년을 기원하는 풍습도 있었다. 사대부가의 대만두는 만두 속에 알만두들을 넣어 보쌈처럼 만든 것이고, 섬만두는 속을 꾹꾹 눌러 쌀의 단위인 섬처럼 크게 빚는다. 대만두가 사대부의 낭만이라면, 섬만두는 풍요를 염원하는 백성의 소박한 꿈이다. 만두에는 김장 김치를 썰어 넣기도 하나, 배추를 넣어도 맛이 깔끔하다.

필자는 수십 년간 고대 문헌부터 샅샅이 뒤지고 발품을 팔아 교방음식을 연구해 왔다. 본 재단 부설 교방음식연구소는 이제 대한민국 한식계에서도 연구 결과를 인정받는 성과를 올렸다. 막연하게만 떠돌던 진주교방음식의 실체가 규명돼 제도권 내로 편입됐다는 의미다. 향후 교방음식 분야가 궁중음식에 버금가는 국가 인프라로서 가치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중국 송나라에서 유입된 교방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구개발이 뒷받침 돼야한다. 그런데 최근 교방음식의 명칭만을 차용한 근본 없는 음식들이 교방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되고, 진주교방음식의 근거랍시고 엉뚱한 문헌을 갖다 붙여 망신과 빈축을 산 일이 있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는 ‘진주교방음식의 세계화’에 불이익이 될 것이다.

더구나 교방문화를 표방해 뚜렷한 연구나 콘텐츠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단체를 만들며 진주교방문화를 위협하고 있다. 지자체가 이를 무턱대고 지원하며 방관한다면 진주로서는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새해에는 진주의 교방문화를 복원하고 재현할 책임이 있는 진주시의 분별력 있는 행정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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