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 하아무 경남소설가협회장
[문화초대석] 하아무 경남소설가협회장
  • 백지영
  • 승인 2023.01.05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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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선 안되는 이야기, 소설로 세상에 전할래요”
소설집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역사인물 등 다룬 단편 8편 수록
사람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어린이 위한 정기룡·연지사종 동화도

신간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경남소설가협회장이자 하동 박경리문학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하아무(56) 소설가가 4번째로 출간한 소설집이다.
 

 하아무 소설가


진주기생 산홍, 일제강점기 한글학자 이극로, 임술년 농민항쟁…. 해맑게 웃으며 넘어갈 수만은 없는, 특히 경남에서는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되는 역사 속 인물·사건들이 소설집 속 단편 소설 여덟 편에 각각 닻을 내리고 있다.

“제가 처음에 소설집에 달아봤던 제목은 ‘굴엿목에 빠진 버들취’였어요. 아무래도 단어가 어려운 느낌이 있었죠. 그러다 동료인 유시연 소설가에게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거기에 제가 ‘하지만’을 추가해봤습니다.”

지난 3일 오후 진주시 상대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하 소설가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은 자의 환희와 희망, 그리고 회한과 죄스러움을 모두 함축한 동료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을 더하면서 숱한 핍박과 아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의미가 한껏 살아났다.

하 소설가는 “앞서 소설집 3권을 내는 동안 소개하지 못했던 역사 관련 주제의 단편들을 모아봤다”며 “20년 전 썼던 ‘남명매 심은 뜻은’부터 최근 고구려 신화 속 유화부인을 모티브로 쓴 ‘다섯 개의 작은 주머니’까지 창작 시기는 다양하다”고 했다.

역사적 소재를 품은 각 단편의 시작은 역사 그 자체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에 있었다.

“저는 늘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에 출간하는 책 역시 내용은 역사 이야기지만 대부분 사람에 대한 이야기죠. 그 사람이라면 위험과 고통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그 이후 어떤 행동을 어떻게 할지 늘 궁금했어요. 그 호기심에서 소설은 출발합니다.”

과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일했던 하 소설가다. 당시 피해자 조사를 위해 지리산 자락의 마을을 찾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했는데 공교롭게도 90% 이상이 남자였다. 여성 피해자들은 남자들에게 증언을 미루거나 피해 사실이 중요치 않은 것처럼 얼버무렸다.

그에게는 그런 모습이 잊어야, 혹은 잊은 척해야 살아남는 게임 같았다. 그들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작은 책무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통해 역사 속에 이름이 알려진 인물이든, 아직은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야기든 이를 발굴해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하 소설가는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를 출간한 시기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역 역사의 색채가 묻어난 동화 2편도 함께 세상에 내놨다. 정기룡 장군에 관한 동화 ‘일어선 용, 날아 오르다’와 ‘연지사 종의 맥놀이’가 그것이다. 아이들이 자라도 기억할만한 감명 깊은 이야기로 역사를 전하는 것이 어쩌면 어른들에게 지역사를 알리려 백방 노력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에서 집필했던 동화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는 ‘꽃분이’, ‘조흔꼿논개’, ‘산홍아 산홍아’, ‘꿈속의 꿈’, ‘남명매 심은 뜻은’, ‘가짜 무덤’, ‘유화의 씨주머니’, ‘다사성의 전설’ 등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됐다. 임진왜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우리의 아픈 역사를 온몸으로 살아온 인물들을 때론 담대하게 때론 격정적으로 그려냈다.

하 소설가는 이번 소설집을 통해 지난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우리의 앞날에 대해 묻는다. 역사 속에 스러져간 인물들을 호명하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 답을 구한다.

“저는 아직도 궁금하고 다뤄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요. 지금은 혁신도시가 된 진주 금산 속사마을 어르신들께 들은 쓰디쓴 이야기부터 보도연맹 사건이나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아직 세상에 꺼내 놓아야 하는 이야기가 정말 많습니다”.

하 소설가는 일제 강점기든 현대든 시대를 가리지 않고, 잊고 지냈지만 절대 잊으면 안 되는 이야기들을 발굴해 세상에 남길 생각이다.

그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당시 어르신들께 자녀에게도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이야기를 책자로 만들어 전달하자 이후 자녀들이 부모를 보는 눈빛이 달라지더라”며 “앞으로 꾸준히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를 이어주는 가교가 되는 소설을 집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하아무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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