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최고 통치자의 덕목과 조건들
[경일춘추]최고 통치자의 덕목과 조건들
  • 경남일보
  • 승인 2023.01.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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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


중국 전한시대 사마천이 쓴 ‘사기’에서는 왕의 통치형태를 9가지로 나누고 있다. 법에 의존하는 법군, 독재의 전군(專君), 신하에 의존하는 수군(授君), 솔선수범의 노군(勞君), 인재를 중시하는 등군(等君), 백성들에 의존하는 기군(寄君), 부국강병의 고군(固君), 정세에 어두운 파군(破君), 너무 어려서 물정에 어두운 삼세사군(三歲社君)이다. 또한 ‘맹자’의 양혜왕장구에서는, ‘백성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고 즐거워하는 왕은 백성들도 즐거워하며 백성들이 근심하는 것을 보고 근심하는 왕은 백성들도 그가 근심하는 것을 보고 근심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백성들의 마음은 떠난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과 함께 몇 가지의 견해로는, 선왕(善王)의 기준은 첫째, 백성들이 왕이 누구인지를 모를수록 선왕이다. 역사적으로도 독재자일수록 기억한다. 명성이 아닌 악명이 높기 때문이다. 둘째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사람이다. 다양한 악기를 조화롭게 이끄는 것처럼 다양한 백성들의 목소리를 조율하는 능력이다. 세 번째는 모든 행위에 책임감이 높은 사람이다. 누구보다 많은 권력의 소유자이므로 그만큼의 책임이 뒤따른다. 넷째는 언행이 경솔하거나 거짓말로 변명을 하지 않아야 한다. 공자의 말이다. 다섯째는 권위주의가 아닌 권위와 품위가 있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여섯 번째로는 뒤끝이 깨끗해야 한다. 박수칠 때 떠나는 사람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의 현대정치사는 전군 아니면 파군이었고 최근에는 무식과 무능과 무책임의 통치였다. ‘경제는 일류, 정치는 삼류’라는 말이나 ‘경제는 정치인들이 잠잘 때 성장한다’는 숭실대 류동길 교수의 말 그대로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한국이 선진국 경제권에 진입하고 국제사회에서 이른바 K-POP 한류문화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정치인들의 노력이 아닌 순전히 일반국민들과 젊은이들의 능력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특히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고 있는 한반도의 정세에서 민심이 두 쪽으로 갈라져 서로가 저주하고 있다. 오늘날 나라의 살림을 책임진 선량들의 행태는 백성들이 그들을 걱정해야하는 꼴이 되고 있다. 앞으로는 국회의원도 싸움 잘하고 욕 잘하고 거짓말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할 판이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정치인은 거짓말로 더러워진 기저귀와 같다. 자주 갈아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로 재미있는 비유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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