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청소년 없이 ‘기후정의’ 없다
[여성칼럼]청소년 없이 ‘기후정의’ 없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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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어두운 전망과 숙제를 가득 안은 채 새해가 밝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이 없다. 기후위기 말이다. 칸막이와 경계를 넘어서 재난상황의 기후위기를 대응하자는 외침과 선언들이 무색하게 여전히 각 영역마다 불협화음 투성이인 현실이 무겁다.

지난 달 YWCA 청소년기후행동 프로그램의 일환인 ‘기후, Y라노’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선배세대에게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놓았다. 부정의로 인한 전 지구적 재난, 전쟁 등을 모르는 채하고 내가 살아갈 미래의 삶의 목표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 더 시급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한다. 나이와 세대, 공간과 포지션을 막론하고 지구생태계 파괴로 인한 위기는 누구에게나 해당되고 특히 취약한 이들에게 더 지금, 당장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므로 참여한다고 했다.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생태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이 많은 것은 희망적이지만 사회이슈에 대한 행동과 실천은 개인의 적극성과 부지런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선택적 현실이 안타깝다.

청소년은 기후위기시대를 살아갈 당사자이므로 의사결정구조에 동등한 입장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청소년세대가 말하는 기후정의운동의 목소리를 들어야한다. 엄청난 속도로 내뿜었던 이산화탄소를 가까운 시일 내 거의 제로 수준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을 향한 발걸음에 청소년 참여는 필수적이다.

다음 세대가 기후위기시대에 주도성과 당사자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제반 여건 마련이 필요하다. 청소년이 운동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보다 시급한 사회문제와 이슈에 대해 고민하고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익활동에 대한 참여가 그들의 일자리와 삶의 스펙으로 연결돼야 한다. 지역사회, 생태계의 지속가능한 삶이 나의 안녕과 분리될 수 없다는 믿음과 경험을 쌓아갈 수 있도록 활동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은 선배세대의 몫이다.

어린이집, 유치원 등 유아교육기관은 지구의 날, 환경의 날, 에너지의 날 등 기후위기에 대한 고민과 실천 활동을 접목할 수 있는 각종 기념일을 테마로 교육과정이 수립돼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형태로 연간 활동으로 참여하는 데 반해 청소년들의 일상은 교과수업과 입시준비로 함몰돼 있다. 청소년기를 거치는 동안 생태감수성, 사회적 가치에 대한 민감성을 잃지 않도록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기후위기 주류화 정책이 반영돼야 한다.

‘내가 알아야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 제목처럼 배운 것을 성장과정과 성인이 되어 체화될만한 환경이 없다면 근간이 되는 중요한 가치가 우선순위에 밀려나며 충분히 풍요로워야할 삶이 메마르고 근시안적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지난해 9월, 전국동시 기후행동주간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에 진주에서도 청소년기후정의행진이 있었다. 행진에 참여한 몇몇 학교의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해 발언하고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했다. 그들은 다부진 목소리와 참신한 피켓팅으로 행진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기성세대만으로 꾸려졌던 수많은 논의테이블과 정책제안의 단상과 집회의 외침의 한계가 보였다. 기후위기대응은 모든 이에게 이미 당위성을 가진 주제이므로 참신하게 시민역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운동이다. 복잡하고 난해한 방식으로 동력을 떨어지게 한 것은 아닌지, 진영논리와 아무 상관없는 논의가 그리 흘러간 것은 아닌지, 청소년의 참여와 존재만으로 반면교사 되는 지점이 많았다.

수많은 로드맵이 실제 가동 되기 위해 진척을 더디게 하는 요소를 버리고, 허공에 흩어져버리는 외침이 아니라 전 세대가 신명나게 참여하는 지속가능한 기후정의운동을 위해 청소년과 함께 행진을 하자.

세계청소년기후행동의 아이콘,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는 한국에도, 진주에도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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