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그대 여신이여, 장미 꽃다발을 받으소서
[농업이야기] 그대 여신이여, 장미 꽃다발을 받으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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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꽃이 너무 예뻐, 나도 장미꽃 받고 싶어.”

겨울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막내딸이 식탁 위에 있는 꽃을 보며 한 말이다. 대학 초년생인 딸도 장미꽃의 꽃말처럼 사랑받고 싶은 나이가 된 모양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매슬로우는 ‘인간욕구 5단계’라는 이론을 통해 인간이 가지는 다양한 욕구를 다섯단계로 구분했는데, 각 단계에는 우선순위가 있다고 했다. 첫번째는 생리적 욕구이고, 두번째는 안전의 욕구, 세번째는 소속과 애정의 욕구, 네번째는 존경의 욕구, 다섯번째는 자아실현의 욕구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의식주와 같은 생리적 욕구와 신체적, 감정적, 경제적 안전이 달성되고 나면, 특정집단에 소속되고 싶은 소속의 욕구와 함께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사랑을 고백할 때 꽃보다 더 좋은 소재가 있을까? 아돌프 히틀러와 맞서 제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끌었던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은 “그대 아름다운 여신이여, 이 장미 꽃다발을 받으소서” 라며 청혼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대중가요 중에도 ‘그녀를 만나기 100m 전’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여기에서 주인공은 데이트 상대인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가슴 설레이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가운데, 장미꽃 한 송이를 안겨줄지 망설이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장미꽃은 연인을 만날 때 주는 사랑의 고백과도 같은 꽃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아름다움의 상징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꽃이 된 장미꽃은 언제부터 재배되었을까. 아시아 지역이 원산지역인 것으로 추정되는 장미는 약 5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정원용으로 재배되기 시작했고, 바빌로니아나 페르시아 등지에서도 재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총의 ‘화왕계’에 아첨하는 미인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장미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장미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는데, 초기에는 향료용이나 약용으로 이용되다가 중세 이후에 관상용으로 개량해 재배되어 오고 있다.

얼마 전 장미를 재배하는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한 겨울이지만, 하우스 안에서는 경남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햇살’과 ‘에그타르트’ 장미 품종이 자라고 있었다. 이는 국내에서 육성한 장미 중에서 현재 수출량 1~2위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품종이 되었다. 그곳에서 만난 농장주는 농업기술원에서 육성한 ‘햇살’과 ‘에그타르트’ 장미로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수요자인 농업인들에게 사랑받는 품종을 육성한 동료 연구원이 있어서 나 스스로 자부심을 느꼈었다.

이렇게 좋은 기억을 되살려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식탁으로 데리고 왔다. 빈 공간으로 남아있던 식탁이 꽃 한 송이로 인해 행복한 기운이 환하게 피어올랐다. 소소한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우리 인생의 최종 목적은 행복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UN 산하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2년 세계 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행복 순위는 59위로 아주 낮다. 이는 세계경제 규모 10위권의 국가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다. 생활 속의 꽃 사용으로 우리들의 행복감도 증가하고, 우리나라도 행복 순위도 상승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박길석 경남농업기술원 연구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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