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귀신 잡는 술, 도소주(屠蘇酒)
[경일춘추]귀신 잡는 술, 도소주(屠蘇酒)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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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박미영 한국음식문화재단 이사장·이학박사


조선시대에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이 실로 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돌림병에 대한 기록이 자그마치 1455건이나 된다. 병에 걸리면 무당을 찾거나 자가 치료뿐이었다. 16세기 명나라에 ‘본초강목’을 펴낸 이시진이 있었다면 조선에는 ‘동의보감’을 집필한 구암 허준이 있었다. 동의(東醫)는 중국의 동쪽인 조선의 의학이라는 뜻이다. 보감은 보배로운 거울이다. 임진왜란으로 민간에서 이용하던 의학서가 모두 사라지자 선조는 어의(御醫)허준에게 의학서 집필을 명한다. 동의보감은 그렇게 탄생됐다.

원인 모를 돌림병은 소리 없이 찾아와 백성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백성들은 살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했다. 그 하나가 ‘도소주’다. 섣달그믐에 약재를 베보자기에 담아 우물에 넣었다가 청주와 함께 끓이면 도소주가 된다. 관아에서는 둔전의 곡식으로 도소주를 담아 사악한 기운을 떨쳤다. 동의보감에는 ‘백미 대황 천초 거목 길경 호장근 오두거피를 주머니에 넣어서 12월 회일(晦日, 그믐)에 우물에 넣었다가 정월 초일 평명(平明, 새벽)에 꺼내 술에 넣고 잠깐 끓여 동쪽을 향해 마시면 1년 내내 질병이 없다’고 기록돼 있다.

술 이름에 ‘짐승 잡을 도(屠)’자가 붙은 것은 본초강목에서 ‘소회’라는 ‘흉악한 귀신을 잡아 죽이는 술’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정초를 앞둔 관아에서는 경범죄수를 석방해 주는 사면도 있었다.

수령은 관속 가운데 가장 궁핍한 자에게 건어물과 젓갈, 과일과 인절미를 베풀고 소고기도 두 세근씩 나누어 준다. 동헌에는 횃불과 청사초롱이 휘황하고 관속들이 새해 인사를 온다. 차례대로의 문안이 끝나면 풍악소리 자자하고 수십 명의 무동(舞童)들이 서로 화답하며 관아 뜰로 들어온다. 덩치 큰 이가 가면을 쓰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고개를 들었다 젖히며 거만한 소리를 내는가 하면, 풍 맞은 사람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귀신 묻는 놀이다.

수령은 도소주를 앞에 놓고 술 한 잔에 근심을 씻고 두 잔에 온화함을 이르며 서너잔에 취한다. 일본의 설날 음식인 ‘오세치(おせち)’는 찬합에 담겨 백화점, 편의점 등지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조리가 까다로워 젊은 층들에게 외면 받던 것을 적극적인 상품개발을 통해 전통을 살리고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졌다. 필자가 복원한 교방음식 중 ‘진주성 꽃상’도 진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좋은 선택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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