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마지막 졸업식
[천왕봉] 마지막 졸업식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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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도내 한 초등학교(하동 양보)의 졸업식 기사를 뒤적인다. 흑백 처리된 졸업사진에는 한 서른 명이 비투 붙어 앉거나 서 있다. 졸업생 넷, 딴 면 학교로 옮겨야 할 재학생 다섯과 병설유치원생 둘이 전부다. 그리고 일곱 분의 선생님과 학부모들이다. 사진 설명을 소리로 읽어본다. ‘103회 졸업식…’. 마지막 졸업식이란다. 가슴 먹먹하고 비감스럽다.

▶마지막 졸업식은 20여 년 이래 매년 곳곳에서 듣는 소리다. ‘우리 학교’가 아니더라도 번번이 애잔하다. 오래된 초등학교는 대부분 삼일운동 전후 1920년대에 설립되었다. 하니 그 졸업 회수는 90~100년 안팎이다. 사람 수명은 ‘백세시대’에 진입하는 터에 학교들 전통은 백 년 무렵에서 끝나고 있는 거다.

▶폐교된 학교들이 다들 그러했듯 엊그제 마지막 졸업생을 내보낸 이 학교도 1960년대 중반, 많을 때는 재학생이 12학급 620명에 달했다. 학생이 너무 많아 같은 면내에 두세 개의 분교를 둔 적도 있었다. 그랬건만 80년대 들어 학생수는 급격히 줄어 한 면에 하나 남겨둔 학교마저 급기야 6개 학년 전교생이 열 명에도 못 미치는 데까지 오고 말았다.

▶농어촌만의 일도 아니다. 도시 변두리, 심지어 서울의 어느 학교도 존립이 걱정될 만치 학생이 준다는 뉴스를 근래 본 적이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 농촌 공동화 같은 분석도 옛말이다. 결혼 기피 풍조, 부부가 낳는 자녀가 겨우 0.8명이라는 출산율…. 학교와 가정에서 아이들 북적이던 우리네 행복은 이제 전설이 되고 있다. 60년대의 베이비 부머 시대는 영영 오지 않을까.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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