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꽃집 문턱, 불경기가 높다
[기고]꽃집 문턱, 불경기가 높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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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규 (진주시, 수필가)
버섯이 안 팔리면 불경기를 나타낸다고 한다. 버섯은 필수 음식재료가 아니란 소리란다. 그러보니 버섯이 남으면 라면에도 넣고 고기 구울 데도 구워 먹는다. 버섯요리를 위해서 버섯을 일부러 사는 경우는 드물었다. 한 대형마트에서 지난달 버섯 매출이 전년에 비해 7%가 줄었다고 한다. 경기 불황을 나타내는 버섯 신호등이 빨간불인 셈이다.

불경기에 지갑 안 열리는 품목 중엔 버섯 말고도 대표적인 것이 꽃이 있다. 꽃을 사 본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런데 화훼업계에도 시름이 깊다는 뉴스가 들린다. 소비자 입장에선 꽃값이 저렇게나 올라서 한 송이 사 올 엄두를 못내는데 농가 입장에선 생산비 급등에 비닐하우스를 유지하기도 어렵다는게 현실이다.

얼마 전 학교들이 밀집한 곳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본 모습이 생각난다. 시커먼 패딩을 둘러 입고 장미 한 송이를 뒤로 감춘 남학생이 횡단보도를 건너 기다리고 있던 여학생을 만나던 모습이었다. ‘여친 생일인가’ 하고 혼자 웃음이 났다. 남의 손에 든 것 조차도 즐거움을 주는 것이 꽃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요즘 어지간한 꽃집에서 꽃 한다발을 사자면 5만원에서 7만원은 줘야 화병 하나는 채울 정도다. 비싼 로열티를 내야하는 것이나, 비닐하우스에 온도 맞춰가며, 밤새 불밝혀 가며 애지중지 키운 꽃이라 비쌀 수밖에 없을 테지만 선물이나 인사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꽃 한다발 정도는 무심히 사다 꽂을 수 있을 만한 가격이었으면 싶은 생각이 든다.

1월 졸업식이 한창이라는데 꽃이 안팔린다는 하소연이 깊다. 졸업식 선물 풍속이 바뀐 탓도 있지 않을까. 중·고등학교 졸업생이라면 졸업 겸 입학선물은 당연히 태블릿이나 스마트와치 같은 IT기기가 1순위로 꼽히는 시절이다. 기백만원하는 선물을 마련하고 보면 축하꽃은 인기도 없고 처치 곤란한 쓰레기로 취급받기도 쉽다. 초등학교 졸업생들도 졸업·입학 선물은 축하꽃보다는 단위가 한참 높다. 너도나도 불경기에 이중으로 꽃선물을 마련할 엄두도 안난다.

그러니 시즌꽃보다 일상꽃 판매로 꽃 판매의 중심이 옮겨갔으면 한다. 화훼농가 입장에도 일상적으로 꽃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이 새로운 시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유행따라 겹겹이 에워싸는 화려한 포장은 버리고 신문지 한 장에 무심하게 싸주는 프리지어, 수국, 국화, 안개꽃 한다발을 퇴근길에 안고 돌아가고 싶다.
 
박명규 (진주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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