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1]
이창수와 함께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1]
  • 경남일보
  • 승인 2023.01.18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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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아랑곳한 이야기(2)
지난 글에서 ‘토끼’와 아랑곳한 낱말들을 몇 가지 알려드렸습니다. 그 가운데 ‘토끼실’ 이라는 말을 알려 드렸는데 ‘토끼실’이 음력으로 한밝달(1월) 첫 묘일(卯日), 넷째 날, 4일인 ‘토끼날’ 새로 뽑은 실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토끼실을 주머니 끈 따위에 차면 그해에 나쁜 기운이 물러가고 좋은 일이 생긴다고 여겼다고 합니다. 이걸 보고 이런 풍습을 살려 새로운 풍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챙기는 여러 가지 기림날(기념일)을 보면 언제, 어디서 비롯되었는지도 잘 모르고 그저 즐기는 것 같은 것도 있는데 이러한 우리의 옛것을 오늘날에 맞게 조금 바꿔 즐길 수 있게 만드는 데에도 슬기를 모으면 좋겠다는 것이지요. 보기를 들어 음력 1월 4일 예쁜 실을 주고받으며 서로 좋은 일만 생기기를 바라고 빌어 주는 날로 삼는 것은 어떨까요?

이어서 ‘토끼’와 아랑곳한 옛말(속담) 몇 가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토끼가 제 방귀에 놀란다’는 말이 맞습니다. 이 말은 두 가지 뜻으로 쓰입니다. 하나는 ‘남 몰래 저지른 일이 걱정되어 스스로 겁을 먹고 대수롭지 않은 것에도 놀라는 것을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나머지 하나는 ‘행동이나 말이 가볍고 방정맞음을 빗대어 이르는 말’로도 쓴답니다.

다음으로 ‘토끼 둘을 잡으려다가 하나도 못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욕심을 부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하면 그 가운데 하나도 이루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나날살이에서 욕심을 부리는 사람에게 흔히 쓰는 말이기 때문에 아주 익은 말일 것입니다. 비슷한 옛말로 ‘멧토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말도 있습니다.

‘토끼 입에 콩가루 먹은 것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무엇을 먹은 흔적을 입가에 남기고 있다는 말’입니다. 토끼 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긴 풀을 오물오물 씹어 먹는 토끼가 콩가루를 먹으면 입가에 다 묻을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지 싶습니다.

그리고 ‘토끼 죽으니 여우 슬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같은 부류의 슬픔이나 괴로움 따위를 동정함을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같은 아픔을 겪어본 사람끼리 서로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 주고 달래 줄 수 있다는 것 잘 아실 겁니다. 토끼나 여우가 사냥꾼한테는 같은 사냥감이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눈 집어 먹은 토끼 다르고 얼음 집어 먹은 토끼 다르다’는 말이 있습니다. ‘눈을 먹고 살던 토끼와 얼음을 먹고 살던 토끼가 다르다’는 뜻인데 사람은 저마다 겪어 온 환경에 따라 그 능력이 다르고 생각이 다름을 빗대어 이르는 말입니다. 오늘 알려 드린 말 가운데 처음 보는 말이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토끼해를 맞아 이러한 토끼가 들어간 낱말, 옛말들을 되새기며 우리말에 깃든 맛과 멋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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