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쁜 딸"…설 합동 차례서 눈물 훔친 이태원 참사 유가족
"우리 예쁜 딸"…설 합동 차례서 눈물 훔친 이태원 참사 유가족
  • 연합뉴스
  • 승인 2023.01.24 06: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 풍남문 광장에 차례상…영정 앞에 음식 올리고 추모 편지
설 명절인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 광장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전북시민대책위원회 합동 차례’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가, 어서 먹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은 22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 광장에 차려진 ‘설 합동 차례’에 참석해 앳된 모습의 고인 11명 영정 앞에 음식을 올렸다. 이날 영정이 모셔진 고인들은 전주 지역에 연고가 있는 희생자들이다.

생때같은 자식을 떠나보낸 유가족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영정에 자꾸 말을 걸어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끝내 터져 나온 눈물이 두 뺨을 지나 턱에 맺혔다.

유가족은 고인 앞에 고개를 떨구고, 뒤로 돌아 마른 줄만 알았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뒤이어 차례상 앞에 선 다른 유족들도 국화 한 송이를 놓고 고인 앞에 예를 갖췄다.

음식 위에 젓가락을 올리고 고개를 숙여 한동안 벅차오르는 감정을 추스렸다.

차례상에 놓인 음식들은 평소 고인이 좋아하던 것으로, 유가족들이 한 가지씩 준비했다.

유가족들은 차례상에 놓인 자식들의 영정을 몇 번이고 보면서 서로를 부둥켜안고 흐느꼈다.

참사가 없었다면 고인들과 함께 조금은 들뜬 분위기로 치러졌어야 할 차례가 눈물로 얼룩져버렸다.

이날 합동 차례는 4대 종교인, 일반 시민의 헌화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고(故) 김수진 씨의 어머니 조은하 씨는 생전의 딸을 그리며 눈물로 쓴 편지를 낭독했다.

조씨는 “결혼을 앞두고 있던 너는 엄마의 짐을 덜어주고자 결혼 준비를 참 알뜰하게 하던 예쁜 딸이었다”며 “우리 딸이 더는 내 곁에 없다고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어렵게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너를 만질 수도, 만날 수도 없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짧은 너의 생이 안타깝고 못내 아쉽지만, 이제는 다 내려놓고 그곳에서 마음 편히 쉬길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합동 차례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김성주(전주병) 의원은 “망망대해도 아니고 첩첩산중도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꽃다운 청춘이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도대체 왜, 이런 어이없는 참사가 벌어졌는지 끝까지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문성철 전북지부장도 “유가족의 요구는 제발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에 나서달라는 것”이라며 “당시 지휘 통제가 왜 이뤄지지 않았는지라도 정확히 알았으면 원이 없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