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식의 건강이야기]뜨거운 커피 한 잔의 유혹
[김현식의 건강이야기]뜨거운 커피 한 잔의 유혹
  • 경남일보
  • 승인 2023.01.30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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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아랫목과 따뜻한 한잔의 차가 간절해지는 요즘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커피는 꽁꽁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데 제격이라 자주 즐기곤 한다. 간혹 매우 뜨거운 차, 커피,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는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는 매우 좋지 않은 습관으로 반복적으로 식도 화상을 초래해 식도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식도암의 빈도는 전체 암의 약 1%를 조금 넘는 정도의 흔한 악성종양은 아니지만 다른 암과 달리 치료가 어렵고 복잡하며 완치율도 낮은 편에 속하는 까다로운 질환이다.

식도는 약 25-30㎝ 정도 길이의 입안과 위 사이를 연결해주는 소화기관이다. 근육으로 이루어진 식도는 연동운동을 통해 삼켜진 음식물이 아래쪽으로 잘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상하부에 존재하는 괄약근은 음식물의 역류를 막는 역할을 한다. 식도는 혈관과 림프관의 발달이 매우 좋으며 다른 기관과 달리 장막이 없어서 식도 점막에서 발생한 식도암이 조기에 인접한 기관과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가장 잘 알려진 식도암의 원인은 흡연과 음주이다. 흡연은 호흡기 악성종양의 대표적인 원인일뿐만이 아니라 담배연기의 유해성분이 침에 녹아 소화기관에 영향을 끼쳐 식도암 발생을 3~7배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의 경우 하루 알코올 30g (소주 반병)이상의 섭취는 식도암 발생을 2배 가량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흡연과 음주를 같이 즐기는 경우에는 그 위험도가 50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뜨거운 음료나 음식의 지속적인 섭취는 식도의 화상을 초래해 식도암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아주 뜨거운 차를 마시는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식도암의 위험이 8배 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의 남성은 여성에 비해 10배 정도 그 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식도는 잘 늘어나는 편으로 식도암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병이 진행해 겪는 가장 흔한 증상은 연하곤란(음식을 삼키기 어려움)이다. 병이 점차 진행되면 처음에는 고형의 음식을 삼킬 때 곤란을 겪게 되고 더욱 악화되면 액체를 삼킬 때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한 가슴뼈 주위의 불편한 느낌이 반복되거나 사래가 자주 걸리며 흡인성 폐렴이 반복될 수 있다.

식도암의 진단에 가장 중요한 검사는 식도내시경이다. 일반적으로 식도만 관찰하고 검사를 끝내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위내시경이라는 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위내시경 검사는 구강, 성대, 식도, 위, 십이지장을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고 동시에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이고 정확한 검사법이다. 병의 초기에는 정상조직과의 구분이 어려워서 진단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특수 내시경 (확대, 고해상도, 색소내시경, 초음파내시경) 등을 통해 조기 식도암을 발견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점막 표면에만 국한된 조기식도암의 경우에는 수술 없이 내시경적 점막하 절제술을 통해 완치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주변 조직이나 타 장기로 전이된 경우가 많아서 수술을 통한 식도절제와 함께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를 함께하는 병합요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다양한 수술법, 최첨단 수술기구, 항암치료제의 발전 등에 힘입어 과거에 비해 치료성과가 급속히 향상돼 가는 중이다. 암이 매우 진행해 더 이상의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라면 금속의 스텐트나 실리콘 등으로 만들어진 인공의 식도를 삽입해 음식섭취를 가능하게 해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6년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를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무심코 마시는 뜨거운 한 잔의 커피가 자칫 소중한 식도를 빼앗아 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음주, 흡연과 더불어 뜨거운 음료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바로마디 정형외과신경외과내과 전문의·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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