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목소리, 사진에 실어 보내요
제주 4·3의 목소리, 사진에 실어 보내요
  • 백지영
  • 승인 2023.01.3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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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8일…진주 루시다갤러리
故고현주 작가 ‘아름다운 제의’展

70여 년 전 집단학살의 비극을 뒤로 한 채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제주 관광 명소들을 찾아 4·3 체험자들의 기억을 사진으로 담아낸 전시가 진주에서 열린다.

루시다갤러리는 내달 2월 2일부터 28일까지 진주시 망경동 루시다갤러리 제1전시실에서 故고현주 사진전 ‘기억의 목소리 Ⅲ-제주 4·3 현장에서 올리는 아름다운 제의’를 개최한다.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는 고 작가가 제주 4·3 사건 체험자들의 기억을 기록해온 작업이다.

故 고현주 작가는 지난 2016년 암 선고를 뒤로 하고 2018년부터 병마와 맞서며 ‘기억의 목소리’ 촬영을 이어왔다. 앞서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 Ⅰ·Ⅱ를 세상에 펼쳐 놓은 데 이어, 사물-사람-풍경으로 이어지는 3번째 전시 ‘아름다운 제의’를 2년 넘게 준비해왔다.

고인은 생전 작업 노트를 통해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었고 건강이 좋지 않은 내가 진행하기에는 애초부터 부담이 많은 작업이었다”면서도 “작업을 하면서 저 자신도 위로받았고, 작업을 도와준 분들도 위로받았다”고 밝혔다.

작가는 제주 4·3 당시 수많은 사람이 군경의 총칼 앞에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던 함덕해수욕장 등 제주 곳곳이 관광지로 주목받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아름다운 공간에서 발생한 70여 년 전 아픔을 기억하는 이들은 얼마나 될지 의문을 던졌다.

이 같은 고찰은 촬영에 나선 작가에게 시각·촉각에 앞서 귀가 먼저 열리는 경험을 선사했다. 바닷가 파도 소리, 댓잎이 바람에 부딪혀 나는 스산하고 서글픈 소리, 제주폭낭이 토해내는 깊은 한숨 소리, 오름 위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그들의 은신처였던 궤 안에서 나는 박쥐들 소리, 곶자왈 숲을 거닐면서 그들이 느꼈을 공포심에 뛰었던 심장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고인의 제자인 이현주 전시기획자는 “(고인은) 사진을 그저 아름다움이 아니라 촬영을 통해서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고 고찰하는 기록이라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2003년 타임스페이스·스포츠조선 공동 주최 ‘제5회 사진비평상’에서 우수상을 받는 등 활발한 사진 활동을 펼쳐왔다. 지난 2008년부터는 경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 찍기를 가르치며 삶의 희망을 전하는 ‘꿈꾸는 카메라’ 작업을 했고, 그 결과를 모아 2012년 같은 제목의 단행본을 펴냈다.

한편 이번 진주 전시는 2022년 11월 제주를 시작으로 12월 서울, 올해 1월 대전에 이어 열리는 순회 전시다. 작가가 지난달 4일 향년 58세의 나이로 세상을 뜨면서, 전시는 그의 유작전이 됐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고현주 作
고현주 作
고현주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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