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가짜꽃
[경일춘추]가짜꽃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1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시인 김춘수 하면 떠오르는 시가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 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 불러다오’ 학창시절 외우던 전 국민의 애송시 ‘꽃’의 일부다. 짐작컨대 작가는 꽃을 통해서 진심을 전달하고 싶어 한다. 즉 꽃을 통해 존재의 이유와 깊이를 관찰하고 지고지선 한 존재로 남고자 하는 욕망을 꽃에 비유하고 사람과 사람을 엮어주는 매개체로서 꽃을 노래하지 않았나 싶다.

이런 연유인지 생일, 입학과 같은 기념일이나, 쾌유, 명복의 마음을 전할 때 우리 곁에는 항상 꽃이 등장한다. 이렇듯 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의 일생과 함께하는 동반자로 자리 잡고 있다.

얼마 전 친구 자녀 결혼식장에서의 일이다. 즐비한 축하화환 중에 유난히 불빛에 반짝이는 꽃들이 있어 자세히 보니 생화 한 송이 없는 100% 가짜 꽃, 조화(造花)였다. 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인터넷에서 3단 화환이 3만9000원 등 아주 싼 가격으로 광고하는 화환은 대부분 조화라고 꽃집 주인들은 입을 모은다. 생화는 비싸 소비자들이 싼 꽃을 고집할 경우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일전에 현충원의 헌화꽃 실태를 고발한 모 국회의원의 자료에서도 중국산 조화가 대부분 사용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있었다. 엄숙해야할 현충원에까지 조화가 잠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화훼농가와 업계에 돌아갈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화훼소비와 생산이 급속도로 위축될 수 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해와 창원 지역에서 번창했던 화훼산업은 코로나라는 혹독한 시련과 가짜꽃의 유행 속에 농가와 비닐하우스는 많이 줄었고 다른 농업으로 많이 전환했다. 그래서인지 꽃값이 조금 비싸진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전부 조화에 1~2송이 생화로 치장한 가짜 꽃으로 축하와 위로를 대신한다면 받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아마도 진심을 느낄 수 없는 조화와 양심불량 판매업자의 재사용 생화는 원치 않을 것이다.

화환은 죽은 사물이 아니다. 시인이 노래했듯 인간관계를 엮어주는 생명이 깃든 생물이다. 사람의 진심과 정성을 생각한다면 우리 농업인이 키운 생화를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오늘 집에 퇴근하면서 장미꽃 한 송이 아니면 안개꽃 한 묶음 어떠한가? 가족애는 한층 더 끈끈해지고 사랑의 향기는 집안 가득 충만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