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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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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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시인 김유섭, 난해시 '오감도'를 풀다! (1)
진주에 사는 김유섭(남해 출생) 시인이 ‘이상 오감도 해석’(2021, Book속길)을 출간해 뜻 있는 독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어쩌면 이상(李箱, 1910-1937)이 조선중앙일보(1934년 7.24- 8.8)에 ‘오감도(烏瞰圖’를 발표해 일으킨 충격사태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김유섭 시인의 이 저술도 이상, 김해경의 에피소드들에 버금가는 경이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왜 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하면 지금까지의 이상의 시 해독의 접근은 난해의 뚜껑을 걸고 그런 풍의 형식이 주는 관념에 매몰되어 대충의 관념이거나 모더니티로 풀고자 한 데 비해 김 시인은 역사주의 비평과 안목으로 일제의 마수를 피하는 이상 고유의 기술 방식과 그 코드를 발견해 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감도’가 항일 1인 전쟁의 시라는 것, 해방과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치겠다는 저항과 투쟁의 민족정신이 내재해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경이롭다.

이 김유섭 시인은 누구인가? 그는 2011년 ‘서정시학’ 시부문 신인상을 받아 등단하고 2014년 ‘수필미학’ 평론 신인상을 받았다. 그는 또 2014년을 전후해 김만중문학상(시부문)과 아르코창작기금을 받아 신인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했다. 김만중문학상은 필자가 운영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 수상해 당시의 수준이 최상급임을 알 수 있었다. 아르코는 또한 현행 제도상 문화예술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에서 신인이 탄탄한 대로에 진입해 있음이 인정된다.

필자는 김 시인의 ‘이상 오감도 해석’을 읽어나가는 중에 마치 대학 재학중 양주동 박사의 ‘고가연구’를 접하는 것과 같은 전율이 허리를 치고 지나는 느낌을 받았다. 양 박사께서는 대학시절 불문과에서 영문과로 전과를 하고 이어 평양 숭실전문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중에 경성제대 일본인 교수 소창진평이 신라 향가 25수를 나름 풀어낸 것을 보았다. 이에 충격을 받은 양박사는 “저들 일제는 총칼로 나라를 빼앗고는 우리의 고전의 뿌리까지 침투해 왔구나”하고는 화들짝 일어나 향가 연구 자료들을 한 짐 싸 메고 정인보에게 “3년 후에 보자”고 하며 평양으로 간 일화는 유명하다.

물론 향가 연구의 상황과 ‘오감도’ 해독의 상황이 서로 다르고 비중도 아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주동 박사의 향가 연구와 한 자리에 놓는 것은 한자 음독과 우리말 질서를 연결하는 작은 부분에서 양자 상황의 유사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유섭의 책 ‘시작하는 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오감도’가 나온 이후 9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오감도’는 비극의 오독과 참혹한 억측에 짓밟히고 있다. 오감도를 자위, 섹스, 폐병, 각혈, 자아분열 등으로 해석하고 심지어 이상을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 시대에 민족의식이 없는 시를 쓴 시인이라고 비판하는 글도 있다. 무덤 속 흙이 되어버렸을 가슴이지만 날마다 피를 흘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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