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남 글로벌게임센터’ 유치를 응원한다
[기고]‘경남 글로벌게임센터’ 유치를 응원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2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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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겸섭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얼마 전 진주시가 ‘경남 글로벌게임센터’ 유치에 발 벗고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경상국립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 들어설 ‘이(e)스포츠 상설경기장’에 이어 게임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진주로 모으겠다는 진주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문화인프라의 불균형을 이유로 들며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퇴색을 우려해오고 있다. 하지만 경상남도 주요 도시들 사이의 불균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해온 것이 사실이다. 가령 창원과 김해에 비해 진주는 경남 문화콘텐츠 산업 생태계의 사각지대로 소외되어 왔다. 늦었지만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며 진주에 ‘경남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설립하기로 한 것에 시민들이 뜨거운 관심과 격려를 보낸 것은 상황 개선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20~40대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e스포츠 중계는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 채널 모두를 능가할 만한 시청률을 기록한다. 심지어 적극적으로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상당수의 여성들마저도 게임 방송의 열혈 시청자로 나서는 상황이다. 이미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머지않아 올림픽 종목으로도 등록될 가능성이 크다. 게임 스포츠 이벤트의 경제가치와 문화가치에 주목한 몇몇 선진국들이 우리나라 e스포츠 관련자들의 무비자 취업과 이민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전 세계 수억 명의 게임 플레이어와 콘텐츠 이용자들이 게임 플레이 영상 시청에 열광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시선이 진주의 상설 경기장으로 모일 것을 생각하면 흥분이 된다.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 이어 ‘경남 글로벌게임센터’가 진주에 자리한다면 그 의미는 더욱 커질 것이다. 센터는 게임기업 인큐베이팅, 제작지원, 입주, 유통, 인력 양성, 집적시설 도입, 창업지원 등의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 한다. 사실 이러한 활동들은 자기만의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미래의 게임 개발자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움들이다. 만일 게임센터가 설립되어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면 이곳은 저예산 독립게임, 즉 ‘인디게임’의 산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문화콘텐츠산업 발전의 토양일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우리 지역의 청년들에게도 훌륭한 성장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나아가 경상국립대를 비롯한 여러 지역대학 관련 학과들과 센터의 협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1세기형 지식산업인 디지털게임은 신화나 스토리텔링과 같은 인문학적 모티브를 시나리오로 삼고 ICT 공학기술의 로직을 통해 구현되며 여기에 음악과 디자인, 영상 등의 요소들이 더해지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대략 60년간에 걸친 디지털게임의 역사는 컴퓨팅 알고리즘과 AI 기술, 그리고 영상, 미술, 음악, 서사의 오랜 협력 과정을 증언하고 있기도 하다.

202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개정되면서 게임은 정식 예술로 인정받게 됐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 게임시장의 규모는 20조 원을 돌파했으며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게임 이용률도 75%에 육박하고 있다. 이른바 백발의 노인인 ‘그레이 게이머’의 등장은 국내 게임 이용자의 저변이 얼마나 넓어졌는가를 보여준다. 이러저러한 증거와 사례들은 외국에 비해 수십 년 늦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게임은 문화’라는 사회적 인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진주의 ‘e스포츠 상설경기장’과 ‘경남 글로벌게임센터’가 세계 문화산업의 향방을 좌우하고 있는 대한민국 디지털 문화산업 발전의 작은 진지가 되기를 고대한다. 나아가 진주가 ‘게임산업의 기지’로 확실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디지털게임은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확장 콘텐츠의 연장통이 되어주고 있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이용하여 만든 ‘머시니마’ 영화제, 기존의 게임을 새로운 개발 툴로 활용한 ‘모드게임’ 공모전, 게임 기획학교, ‘게임아트’ 전시와 ‘게임’ 기반의 공연 상연 등 다양한 파생 이벤트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주시와 지역대학,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있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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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원 2023-02-03 09:41:41
맞는 말씀입니다!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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