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어른이 읽는 그림동화
[경일춘추]어른이 읽는 그림동화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6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진희 갈전초등학교장
변진희 갈전초등학교장


나의 어린 시절에는 전 국민이 가난했다. 국정교과서도 책값을 내야 할 판이라 동화책은 먹고 살 만한 집에서나 볼 수 있었다. 부잣집의 한쪽 벽면을 차지한 위인전, 이솝동화 등은 전집으로 진열돼 어지간한 집에서는 동화책을 읽고 싶어도 읽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동네 만화방에서 두 권에 십 원이면 빌리는 만화책을 읽으며 이런저런 타인의 삶도 알고 내 미래 모습을 꿈꿔보곤 했다. 지금은 동네 서점만 가도 낱권으로도 살 수 있고 인터넷 서점에서도 얼마든지 구매 가능한 알록달록 표지의 다양한 책,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공짜로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다. 동네 속에 파고드는 어린이 도서관도 그렇고 일선 학교에도 일정 예산을 도서구입비로 책정해 도서를 구매해 비치한다. 이를테면 ‘책읽는 경남교육’에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다.

이제는 종이가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책을 읽고 듣는 시대가 됐다. 누런 용지의 만화책과 함께 어릴 적 꿈을 키우다 이제는 인터넷 서점에서 고른 책이 집으로 배달돼 편리하게 책 읽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중이다.

요즘은 어른이 읽을만한 그림동화도 엄청 많다. 글자는 몇 자 없고 그림이 한 바닥을 차지해 그림을 이해하며 글자를 읽어야 하는데 글읽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그림동화를 먼저 고른다. 하지만 그림동화에는 비밀이 있다. 한 문장 속에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아이들이 읽기에는 어려운 것도 많다. 전래동화도 읽다 보면 구전으로 이어지기에 저자들마다 스토리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고 재해석을 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구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왜곡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것이 중대 사안일 경우에는 일파만파 파장이 크게 이는 것을 우리 사회에서도 많이 본다

우리 학교 1학년 아이에게 들은 그림동화 한 편을 소개한다. 그 아이가 내게 소개해 준 책은 ‘군고구마와 주먹밥’이었다. 재미난 표지가 그 아이의 흥미를 이끌었는지 모르지만 심플함과 달리 그 책의 줄거리는 말을 옮기면서 벌어지는 일화를 담고 있다. 욕심많은 늑대가 돼지에게 서로 가지고 있는 것을 바꿔 먹자 해놓고서는 두 개를 다 먹어버린 이야기였다. 이런 돼지를 도와주고 싶었던 동물들이 이야기를 옮기면서 상황은 이상하게 와전되고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며 재미있게 전개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사실 1학년 아이는 그 이야기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것까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5년이 지나 6학년쯤 되면 이야기의 속 내용을 파악해 서로 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