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예술인을 만나다] 모신정 현대무용가
[청년 예술인을 만나다] 모신정 현대무용가
  • 백지영
  • 승인 2023.02.0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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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무용가' 균형으로 빚어내는 삶과 춤
초5 시작해 30년가량 현대 무용
결혼·출산 겪으며 무대 멀어져
예술강사로 춤 보급, 13년째 활약
‘경단녀’ 된 동료들과 무대 꿈꿔


한 때는 무대 위를 펄펄 날아다녔다.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며 공연 연습에 매진했고, 전국무용제에서 은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그렇지만 함께 무용을 했던 또래 무용수들은 하나둘 정든 무대를 떠났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가며 어렵게 석사 학위를 마친 친구마저 무용에 손을 떼고 자영업에 나서는 모습을 봤을 때는 내 일처럼 속상했다.

그에게도 상황은 녹록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묵묵히 무용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지난 1일 양산시 물금읍 한 카페에서 만난 모신정(37) 무용가는 자신이 여전히 무용계에 몸담은 것을 두고 ‘큰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예술에 관심이 많던 어머니 손에 이끌려 권미애 현 경남무용협회장에게 현대 무용을 사사한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무용의 길을 걸어왔다.

부산예고 시절부터 권미애 무용단 공연을 비롯해 크고 작은 무대에 올랐다. 경남무용협회 진해지부장을 역임하는 등 무용가로 활발한 행보를 펼쳐 온 그지만 결혼과 함께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연년생 자녀를 출산하자 무용수와 엄마, 일과 삶의 균형을 잡는 것이 어려워졌다.

갈수록 큰 배역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과 마주했다. “현대 무용은 정말 활동적이에요. 매일 훈련에 충실하지 않으면 금방 뒤처지게 되는데 육아와 연습을 병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에 참여하는 비중이 준 거죠.”

홀로 꿈을 좇던 시절에야 밤잠을 줄여가며 거뜬히 해왔지만, ‘엄마’라는 이름표를 단 이후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올해 37세에 불과한 청년의 나이지만 무용계에서는 적지 않은 나이다. 권미애 무용단에서도 대표 바로 아래 직책인 부대표를 맡고 있다. 여성 무용수 대부분이 결혼과 출산을 거치면서 무용의 길을 떠났다.

그는 “작아진 배역이 서글퍼 연습을 마치고 귀가할 때면 눈물이 날 때도 많았다”면서도 “지금은 무용을 완전히 그만둔 또래들을 생각하면 작은 배역이라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양립이 쉽지 않은 두 역할을 함께 해내기 위해 그가 뛰어든 것은 무용 교육이다. 학교 예술강사로서 경험이 풍부했던 그에게 권미애 대표는 “육아로 공연이 쉽지 않으면 무용을 가르치는 데 힘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무용 교육으로 무게 중심을 바꾼 그는 현재 경남학교예술강사 무용 분야 대표를 맡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4년간은 권미애 무용단이 참여한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역특성화 무용교육사업인 ‘토요 꿈다락’을 총괄 기획했다.

최근에는 도내 예술강사들과 비영리단체 #PPM(Playfu Play Movement)를 설립하고, 경남도문예진흥원 문화예술교육 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해 무용을 접하기 어려운 벽지 학생 등을 위한 놀이 위주의 무용 교안을 개발했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한국예총 경남연합회가 수여하는 ‘미래예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요즘 그는 다문화 무용 교안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다.

그는 “군 단위 지역 학교에서 수업했을 때 학생 절반이 다문화 학생이고, 결혼이주 여성도 많았는데 이들이 출신지 무용을 배울 방법이 없어 유튜브로 배우더라”며 “제대로 된 다문화 무용 교안을 확립해 경남에서 춤의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로 13년째 학교 등에서 무용을 가르치는 예술강사로 활약해 온 그이지만 여전히 다시 무대 위에 올라 관객 앞에서 화려하게 공연하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춤 연습하면 ‘도대체 언제 끝나나’ 하면서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종일 춤춰보는 게 소원이에요. 무용을 그만둬야 했던 또래들과 만날 때마다 지금 상황에 맞게 경력 단절 여성 등을 주제로 한 무대를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고 얘기해요. 연륜에서 나오는 힘이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꼭’이라는 말을 되뇌는 ‘엄마 무용수’의 눈이 전에 없이 반짝여 보였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지난 1일 양산시 물금읍 한 카페에서 모신정 무용가가 자신의 무용 인생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백지영기자
모신정 무용가. 사진=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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