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6개월짜리 인생과 간절함
[경일춘추]6개월짜리 인생과 간절함
  • 경남일보
  • 승인 2023.02.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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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박성규 국립농산물품관원 의령사무소장


“살아만 있어 준다면 노래를 부르지 못해도 좋아요. 노래 대신 그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하면 되니까요. 사람은 평범하게 살 수 있을 때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트롯 가수 정미애가 설암으로 투병하는 재기 과정을 그린 모방송의 ‘다큐’에서 남긴 말이다. 유난히 가슴깊이 와닿았다. 그녀는 암의 진행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수시로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는데, 이 순간이 일생에서 가장 떨린다고 했다. 천당과 지옥을 셀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면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이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그때의 간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고 했다.

내 주변의 암 환자들도 늘 극도의 불안 속에서 완치라는 희망을 꿈꾸고 산다. 항암과정과 수술을 마치고 나면 6개월마다 재발여부와 건강상태에 대해 전신 검진을 받는 것이 정해진 코스다. 진료가 예정된 며칠 전부터 불안은 더 강해지고 때로 불면에 시달린다. 당일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1시간은 성직자가 된다. “그래 살아만 있으면 무엇을 못하리…, 철저하게 감사하며 살겠노라”고 다짐 한다. 의사 선생님과 마주할 때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눈과 입에 집중한다.

진료 후 환우들의 표정은 두가지 부류다. 웃거나, 눈물을 흘리는 사람, 그래서 암환자들은 “나는 6개월짜리 인생이다”라는 말을 한다. 그들의 간절함은 오로지 ‘건강’이다.

사실 ‘부와 건강’을 쟁취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것이 추구한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었고, 어떤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극복하겠다는 간절함으로 한발 앞서 움직인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윤태익 교수는 저술에서 ‘누구나 간절함은 실행원리에 따라 무엇을 바라는지 대상을 명확히 하고, 긍정의 파워로 행동하며 결과에 감사하면서 소망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암을 극복한 사람들 대부분은 불안을 긍정으로 바꿔 규칙적인 운동과 절제된 생활 속에 항상 감사와 기도하는 마음으로 생활한다. 또한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 그 간절함이 유난히 강하다. ‘지성이면 감천’, 지극한 정성으로 바라고 행동하면 하늘도 감동해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월 대보름이 지났다. 저마다 간절한 주문을 걸었을 것이다. 나, 가족, 사회 전체의 안녕을 비는 간절함의 의식이 아니었을까? 봄의 문턱에 들어섰다. 만물이 깨어나는 새 생명처럼 우리 모두에게 상서러운 기운이 충만하길 기대해 본다. 가수 정미애도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한 간절함으로 다시 노래를 시작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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