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지방자치와 상(賞)과 포퓰리즘
[기고]지방자치와 상(賞)과 포퓰리즘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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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화 (창원시의원)
어떠한 상(賞)이든 상을 받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과거에 학교 졸업식장의 성적우수상이나 초중고교 12년 개근상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이 모두 한마음으로 축하하고 기뻐한다. 상은 잘한 것에 대한 보상과 격려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기에 종종 언론에 보도되는 행사에서의 수상자 소감도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다며 흥분에 차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쉽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동료의원들과 함께 어느 국민운동단체의 행사장에 참석한 적이 있다. 대회장은 국민의례에 이어 한해동안 열심히 활동한 회원들에 대한 시상이 있었다. 외부 상으로는 자치단체장 상이 최고의 상이었다. 그런데 무대 위로 올라 온 자치단체장 수상자의 숫자에 아연해 진다. 무려 70명~80명이 넘는 것 같았고, 2021년도엔 어느 한단체에 121명의 시장상 상패가 수여되기도 했다. 공적 요약서 공적요지 내용을 확인해보니 동일 내용이 99%였다.

지방자치가 새롭게 시작된 지도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방의 일은 지방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지방자치제의 본질에 맞게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회단체 회원들에게 자치단체장이 그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는 일은필요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일정한 기준과 합리성이 동반되어야 한다. 상의 목적이 순수한 의미의 격려나 포상의 범위를 벗어나서 소위 ‘아무나 받는 상’이 되어서는 상의 기본적 가치는 훼손되고 특정한 목적이 있는 불순한 의도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창원시의 통합창원시 2기 시장 때에는 상장과 상패의 예산이 4년 동안 2억4000만원 정도였다. 3기(2018~2022)때는 5억6000만 원이 넘어섰고, 한 단체에 무려 121명 회원에게 일률적인 상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많은 상장과 상패를 주었을까. ‘찬물 한 사발이라도 상(賞)이라면 좋아하는 것이 한국 사람이기에 이러한 상의 남발은 선거운동원이나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오래전에 보도된 어느 언론의 기사에 답이 나와 있는 것 같다.

포퓰리즘이란 한마디로 대중영합주의이다. 선거를 통해서 당선된 시장이기에 이러한 영향력 있는 단체의 요구를 거절하기도 어렵다. 잘못하면 이러한 단체 회원들의 지지를 상대 후보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대중이 요구하는대로 따른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성격상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행정가는 공무에 냉정하고 분명해야 하기에 결코 포퓰리즘에 휩쓸려서는 안된다. 지나친 포퓰리즘 정책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과 재정을 파국으로 끌고 갈 수도 있기에 책임감 있는 시장이라면 반드시 이를 경계해야 한다.

 
손태화 창원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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