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지역균형발전, 당위적이고 낭만적인 구호에 그치는가
[경일시론]지역균형발전, 당위적이고 낭만적인 구호에 그치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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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지 (경남연구원 자치분권연구팀장)
하민지 경남연구원 자치분권팀장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추진전략과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상이하지만 역대 정권에서 꾸준히 국정과제로 다룬 목표이자 과제였다. 그동안의 성과가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한 성과가 있었다고도 보기 어렵다. 언제나 원론적 찬성으로 시작하지만 필요한 수준에 대한 상이한 인식, 실현방법의 상당한 난이도로 인해 한발 더 나아가지 못하고 향후 추진과제로 남는 일은 반복돼 왔고, 그러는 사이 지방소멸을 이야기하는 시기까지 왔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만큼이나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지방소멸이다. 지방인구의 감소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으로 인한 현상이다. 저출산 현상은 지방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은 지방만이 느껴야할 위협도 아니다. 그런데도 인구감소라는 심각한 문제가 지방소멸이라는 용어로 많이 논의되면서 지방을 문제와 해결의 대상으로만 보게 되는데 이는 잘못되었다. 사실 인구감소는 삶의 질과 관련한 선택의 결과이기도 하고, 이러한 삶의 질 문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의 발전은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이로 인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이다. 그러니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지방소멸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방이 국민의 삶의 질 저하, 국가의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원수일 수 있다.

이번 정권에서는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위해 이제껏 한 번도 시도하지 않은 방법을 추진하고자 한다.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이 동일한 목표의 과제임에도 개별적으로 추진되면서 한계를 갖고 있었으니 이들의 통합적 추진을 시도하는 것이다. 추진기구로 기존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하고, 입법근거로 기존 지방자치분권 및 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과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통합한 ‘지방자치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지방소멸대응기금 사업 등의 노력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들에 대한 기대보다도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통합법은 현재 국회와 행정안전부의 여러 상황적인 여건 속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또한 추진기구인 위원회는 최초 구상한 독립적인 행정위원회가 아닌 자문기구로 출범하게 되면서 기존 위원회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위원 수의 축소로 인해 그 규모만 작아져 그 역할과 위상에 대한 염려가 크다. 그리고 지방소멸 대응 사업들에도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계획 수립, 사업 선정 및 지원 등의 과정이 사안의 시급성만큼이나 빠르게 진행되면서 체계적인 계획에 따르기보다는 명칭만 상이하고, 유사한 목적의 중복적 사업, 본래 취지와 거리가 먼 기존 숙원사업 등 산발적이거나 일회성에 그치는 사업들로 인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까 우려가 되고 있다.

지방시대를 위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통합적 추진은 자치분권과 균형발전뿐 아니라 지역발전을 위한 관련 법·제도이다. 특정 분야에 편중되어 있거나 한계를 갖고 있던 지원들을 보완한 신규 시책 발굴도 중요하지만 지금껏 산재해 있는 인구감소와 균형발전을 위한 각종 지원 법·제도 및 사업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설계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체계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가령 추진 중인 기회발전특구의 경우 이전기업 및 창업을 위한 각종 지원제도들을 통합적으로 설계, 제공해야 수요기업이 체감하는 유인책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반복이 아닌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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