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허구와 사실을 분간할 수 없는 사회
[경일칼럼] 허구와 사실을 분간할 수 없는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3 14: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가수 최백호는 ‘봄날이 오면은 머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 꽃잎이 피면은 머하노 그쟈? 우리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데’라고 노래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암만 날이 가도, 맘이 변하지 않으면 조금은 외로워도 괜찮다고 위안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만남을 갈구하고 있을 것이다. 거센 한파가 기승을 부릴 때면 봄이 빨리 우리 곁에 오기를 바라듯이 말이다. 마침 봄의 전령사 홍매화가 어김없이 꽃망울을 터트렸다. 이렇게 자연의 섭리는 변함없이 우리에게 입춘을 선사해 준다. 입춘(立春)은 본격적으로 봄에 들어선 것이 아니라 이제 곧 봄이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봄이 되면 졸음이 너무 많이 쏟아지는 춘곤증(春困症)에 걸리기도 하지만 시니어들은 계절에 관계 없이 오히려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不眠症)을 호소하는 경우가 예상외로 많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30%가 경증 이상의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 환자는 약 87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매년 6% 이상 증가하고 있다. 밤에 잠을 자는 시간은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이다. 골프도 인생도 마무리 퍼팅이 중요하듯이 아무리 맛있게 잘 먹고 시원하게 배설했어도 잠을 개운하게 자지 못했다면 하루의 일과는 실패작이다. 그만큼 하루 일과 중 잠(마무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수면은 인간의 뇌를 쉬게 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인 만큼 장기간 불면증을 겪다 보면 자칫 중증 우울증이나 신경 쇠약으로 악화될 수 있고 심장질환의 위험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수면은 신체와 정신에 대한 회복 기능을 가지고 있어 불면증이 생기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피로, 집중력 저하, 컨디션 난조, 실수와 사고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시니어들은 잠들기도 어렵지만 잠이 들어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서너 시간만 자고 나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나고 만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뒤척이다 심야 뉴스를 보면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거짓말 경쟁이다. 정치인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 사람은 누구나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말 자체가 거짓이다. 그만큼 크건 작건, 의도했던 무의식적이건, 거짓말을 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거짓말이 차고 넘치는 곳이 정치판이라는 것이다.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회심의 카드로 거짓말은 정치판의 가장 효과적인 공격 방어 수단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은 제일 먼저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중독성이 있다. 자신의 범죄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고 더 큰 거짓말을 양산하게 된다. 거짓말로 버티다가 결국 프레임으로 몰고 간다. 거짓말이 참말이 되고 참말이 거짓말이 되는 사회.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누구의 말이 거짓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사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우리는 무척 혼란스럽다. 조국 사태가 그러했고 이제 이재명 사태가 제2 조국 사태로 되어가고 있다. 대장동 사건은 영화가 아니고 다큐멘터리라 말한 남욱 변호사의 말이 떠오른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가짜인지 헷갈린다. 논어 학이편에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말이 나온다. 허물이 있으면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는 뜻이다. 사람은 잘못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더 큰 허물이다. 그래서 허물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라는 것이다. 잘못이 있는데 고치기를 주저하면 같은 잘못을 다시 범할 위험이 있고 잘못은 또 다른 잘못을 할 수 있으므로 잘못을 고치는 데 꺼리지 말고 즉시 고치도록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갈등 연구의 선구자 미국의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치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다’고 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서초동엔 촛불을, 광화문에선 태극기를 들고 있을 것인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