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당대회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기고]전당대회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4 14: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규석·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장규석·전 경남도의회 부의장

 

정당의 전당대회는 ‘정당 민주주의의’의 꽃이다. 전당대회는 정당의 지도부 선출, 당의 진로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당원 결집 유도 등의 목적과 함께 당원과 국민에게 시대적 담론과 아젠다를 제시하여 지지를 끌어내는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정책과 비전보다 권력(당권) 장악이 우선이다. 현재 진행형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예전의 전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국민의힘 당권 경쟁은 혹한을 녹일 만큼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책 대결을 통한 대안 제시와 토론이라는 전당대회 본연의 의미는 간데없고, 새 지도부 구성을 놓고 후보 간의 이전투구가 점입가경이다. 상호 예의와 존중, 성숙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과열 양상은 특정 정당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정치 선진화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이라도 이성을 찾아야 한다. 존중과 배려, 상대에 대한 인정과 수용의 전당대회를 통해 화합과 통합의 한마당 잔치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경선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

지도부 선출 경선 과정이 공정하지 않고, 절차가 투명하지 않으면, 결과에 대한 승복을 받아내기 쉽지 않다. 당헌, 당규에는 지역 당협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경선 과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되어 있는데도 물밑에서는 노골적인 지지 활동으로 일선 당원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불공정 경선은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당원들이 후보의 정책과 비전을 보고 자율적인 판단으로 지지 후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당원의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편 가르기, 줄 세우기를 자제해야 한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화두는 누가 봐도 ‘내년 총선 승리를 통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이끌 수 있는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전당대회라면 이러한 화두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을 제시하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현실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 의제가 되어야 하는데도 친윤 vs 진윤 vs 비윤을 가르는 구태적 세 대결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 양상을 보면 2015년 제20대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등장한 ‘진박 감별사’를 방불케 하는 ‘진윤 감별사’의 재림을 보는 듯하다.

당시, 정당 본연의 가치인 이념과 정책은 도외시하고 코미디 같은 ‘진박 감별사’ 논란에 국민적 역풍이 불어 집권 여당은 참패의 성적표를 받았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셋째, 계파정치의 구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디지털 시대 정치문화도 바꿔야 한다. 계파정치는 필연적으로 분열을 잉태하고 있다. 자기 진영이 아닌 사람을 포용하는데, 한계를 가지게 되고, 다양성을 수용할 여지가 줄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계파 구축은 지도자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결국 당의 경쟁력을 좀먹는 자해로 다가올 수 있다. 계파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지도자가 대의와 대국적 안목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계파가 아니라 통합의 리더십이다.

넷째, 당심과 민심은 하나가 돼야 한다. 민심과 멀어진 당심이 국민적 선택을 받는 경우는 없다. 당심과 민심이 가까울수록 미래가 있는 건강한 정당이다. 국민과 괴리된 정당은 당내 권력 지도에서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일지는 몰라도 국민의 시각에서는 ‘질서정연한 무기력 정당’으로 보일 개연성이 충분하다.

정당의 전당대회는 국민적 선택을 받기 위한 비전과 정책, 리더십으로 선의 경쟁을 벌이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 당권 쟁탈에 함몰되어 편법과 진흙탕이 판치는 경선은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갈등의 불씨를 남기게 된다. 우리 국민의 관심사는 온통 민생과 경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권 여당은 어려운 경제와 민생에 대한 가시적 성과와 개혁 과제의 실천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미래지향적 전당대회가 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