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더 따뜻한 경찰이 될 수 없을까
[경일포럼]더 따뜻한 경찰이 될 수 없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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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임규홍 경상국립대 명예교수


나는 며칠 마음이 너무나 추웠다.

어린 시절에 아이가 울면 순경(순사)이 온다고 하면 울음을 멈춘 시절이 있었다. 이전에는 그만큼 경찰은 무서움의 상징이었다. 나의 장인어른은 경찰관이셨다. 무서운 경찰답지 않은 인자함과 정이 많았던 분이셨다. 장남으로 효성이 지극했고 그렇게 가정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찍 순직하셨다. 그래서 나는 경찰을 볼 때마다 늘 지난 날 장인어른이 떠오르고 경찰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 간다.

최근 며칠 동안 경찰에 관련된 뉴스 몇 꼭지를 듣고는 참담하고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막차를 놓쳐 추워서 지구대를 찾아온 70대 할머니를 내쫓았다는 기사, 경찰이 한파에 60대 노인을 집 앞에 방치해두어 노인이 사망했다는 기사, 술에 취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을 출동한 경찰이 안전하게 처치하지 않아 술 취한 사람이 사망했다는 기사, 지구대에 데리고 온 취객이 넘어져 머리를 다쳐 의식불명에 빠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허겁지겁 지구대를 찾아온 할머니에게 손을 잡고 따뜻한 물 한잔 주면서 집에까지 데려다 줄 수는 없었을까. 경찰이 술이 취한 사람을 자기 집 앞까지 데려다 주고 보호자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을까. 술취한 사람이 아무리 힘들게 하더라도 추운 날 길가에 그를 버려두고 지켜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억지로라도 차에 태워 보호자에게 연락했어야 하지 않을까. 지구대에서 넘어져 다쳤다면 재빨리 병원에 데려다 치료를 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안타깝고도 가슴 아프다. 이 모두 술 취한 사람이나 자기일을 잘 알아서 처리하지 못한 그들이 일차적 책임이 있기는 하지만 어려움을 도와주는 일이 바로 경찰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남의 나라 이야기이지만 미국 한 치과의사 부부가 일전에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갔다가 폭설로 뉴욕 버펄로 근처에서 눈에 갇혔던 한국인 관광객 9명을 포함한 10명을 이틀 동안 정성을 다해 대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오래전 일이다. 어느날 새벽에 경찰이 순찰 중 술에 취해 길가에 쓰러져 있었던 대학 후배를 발견했다. 경찰은 그를 경찰서로 데려가 나에게 데려가라고 전화를 했다. 자기 집으로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서 수첩에 적힌 내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던 것이다. 경찰서에 가니 후배는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집사람과 같이 후배를 데려 오는데 차엔 구토를 해 엉망이 되었다. 재워서 자기 집에 데려다 준 일이 있었다. 옛날 일이다. 그나마 추운 겨울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경찰이란 직업은 힘들고 어려운 국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직접 도울 수 있는 직업으로 그 어떤 직업보다도 우리 이웃에게 언제든 감동과 감화와 따뜻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직업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 자기 부모형제이고 아들 딸이라 생각한다면 좀 더 따뜻하게 정성을 다해 보살펴 줄 수 있지 않을까.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는 작은 보살핌이라도 그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큰 은혜와 고마움으로 돌아온다. 온갖 궂은 일을 감당해야 하는 경찰 일이 어떤 직업보다 힘들고 어려울 것이다. 그게 경찰이 해야할 일이고 의무인데 어떻게 하겠는가. 경찰의 뜻매김은 넓게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공공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하여 국민을 계몽, 지도 또는 명령, 강제하는 국가의 특수행정작용’이라고 돼 있다.

지금도 일선에서 추위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애쓰는 경찰에게 격려을 보내면서도 좀 더 따뜻하고 친절하게 우리의 어려움을 챙겨주고 보살펴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오늘따라 일찍 순직하신 경찰 장인어른이 새삼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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