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어중잽이’ 혁신도시는 곤란하다
[경일포럼]‘어중잽이’ 혁신도시는 곤란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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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윤창술 경상국립대 교수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혁신도시특별법이 제정된 지 16년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의 돌파구로 추진했던 혁신도시는 정권이 바뀌는 과정을 거치면서 애초 그리려던 호랑이를 그리지 못하고 여전히 고양이 그림 수준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지지부진하던 혁신도시 정책을 문재인 정부가 다시 시동을 걸겠다고 ‘혁신도시 시즌2’를 발표했으나 이 또한 큰 진전이 없이 지나갔기 때문이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지역균형발전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혁신도시 시즌2’의 핵심은 2차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이다. 이는 여러가지 지표상 미완성인 혁신도시를 호랑이 그림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화룡점정’인 것이다. 이에 대한 공감대는 예전부터 형성되어 왔던 터이지만, 지지부진하던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논의가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360개에 해당하는 2차 공공기관의 이전의 기준과 원칙, 방법을 조속히 마련하여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이전이 시작되도록 추진하겠다.”라고 하면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진전이라 하겠다.

그런데 그 반가움도 잠시, 추가 이전 공공기관의 분산 배치안이 거론되고 있어 매우 당혹스럽다. 기존의 혁신도시에 집중하기보다는 여러 지자체의 원도심 등에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예전에 혁신도시가 출범하던 당시에 소위 경남도의 사생아로 판명받기도 했던 마산(창원) ‘준혁신도시’와 유사한 형태가 다시 등장한 셈이다.

그러나 이런 사안일수록 ‘초심’으로 돌아가야 가닥이 잡힌다. 2007년 2월에 제정된 혁신도시특별법의 제정이유를 보면 “수도권 과밀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을 수용하는 혁신도시의 개발절차, 혁신도시 건설을 위한 지원사항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원활하게 추진하고,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형태의 혁신도시를 효율적으로 조성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또한 제29조에서 “이전공공기관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지역의 특성과 이전공공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이전공공기관과 이전공공기관이 이전하는 지역의 시ㆍ도지사의 의견을 듣고,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22조에 따라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혁신도시 외로 개별이전을 인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같이 혁신도시특별법의 기본 취지는 선택받은 혁신도시로의 ‘집중’을 통한 지역성장거점화를 명시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지역균형발전의 동력을 살리려면 제대로 완성된 혁신도시들이 서로 연결된 혁신 네트워크 발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이의 완성을 위해서는 혁신도시의 1차 이전공공기관 및 지역전략산업과 연계된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10개 혁신도시를 먼저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후 전국 전 지역으로 공공기관을 확대 이전하는 것이 순리이다. 만약 처음부터 분산배치안이 실행된다면 본말이 전도되어 어중잽이 지역균형발전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부울경메가시티가 좌초된 현 상황에서 경남은 경남진주혁신도시가 지역균형발전의 핵심 동력이 될 수밖에 없다. 그 동력의 낙수효과를 바탕으로 낙후된 서부경남과 공동화된 원도심이 동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선순환의 기본이다. 혹시라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경남도의 어설픈 선심팔이로 ‘팥소가 부족한 어중잽이 찐빵’이 되는 건 막아야 한다. 예전의 소위 ‘LH 사태’에 대응하듯이 지역사회의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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