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함께 풀어가야 할 감정노동자 권리
[여성칼럼]함께 풀어가야 할 감정노동자 권리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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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고명정 진주YWCA 사무총장




‘감정노동’은 꽤 오래전부터 우리 일상과 직업현장에서 기본 값으로 존재하고 있다. 적어도 ‘솔’ 정도의 음으로 말끝마다 ‘고객님’을 연호하며 고객님의 문의내용을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는 장면, 천편일률적인 목소리 톤이 귓가에 맴돈다.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통상 600~700만 명 정도 (전체 임금노동자 30~40%)로 추정하지만 직군을 따로 분류하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감정노동은 사회전반적인 영역에 만연해있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살아가며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가운데 감정노동과 상관없이 사는 이는 거의 없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감정노동은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정한 직업군이나 상황에만 해당되지 않는 광범위한 영역에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직군이 있으며 그 환경은 점차 더 확장되고 있다.

감정노동은 감정이 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신체의 위험신호를 불러오며 다양한 문제와 비용발생을 일으킨다. 감정노동에 대한 피해사례는 더 다양해지고 물리적인 건수가 늘어나지만 개인적인 영역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많아서 제대로 된 진단과 보호, 지원이 되지 않고 있다.

김찬호 교수는 저서 ‘모멸감: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에서 인간의 기본감정과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감정에 대하여 다각도로 이야기한다. 인간의 기본감정은 분노, 웃음, 놀라움, 혐오감, 슬픔, 두려움이다. 감정의 기원은 생존이며 생존과 직결되는 두려움과 분노는 기본감정에 더 가깝다. 바로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감정이다. 화를 내야지만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 누군가에게 분풀이를 해야만 살아있다 느끼는 사람들은 해결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를 끊임없이 어필하는 것이다. 우아한 척 하지만 두려움이 아주 많이 깔려있다.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그 이면에 두려움이 있고 센 척하는 이면에 두려움이 있고 권위적인 사람은 두려움이 큰 사람이라고 통찰한다.

탈진, 소진, 번아웃…나열하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말들이다. 한계 이상으로 힘든 상황에 직면한 노동자들이 동료들과 고충을 나누고 하소연을 반복하는 것도 한 두 번이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감정노동이 업무의 일부이며 주요 스트레스 원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감정노동은 진정성과 거리가 먼 ‘가짜 정서’이므로 감흥이 없을뿐만 아니라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 직무수행능력에도 결과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감정노동 권하고 확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성찰하고 함께 돌아보자. 그런 다음에야 자기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능하며, 알아차리는 훈련을 해나갈 수 있으며 체크하며 숨 고르는 동안 진단할 수 있다. 일과 사생활을 구분하는 것, 육체와 심리의 안정감과 재충전을 위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과 계획을 세워 관리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마음이 건강한 노동과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명제는 너무나 자명하다. 세상의 모든 일과 같이 직무스트레스도 처방과 대책보다 예방과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감정은 몸의 반응인데, 매뉴얼 구축과 전문가 컨설팅에 앞서 전제되어야할 것이 당사자가 참여하는 지점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몇 해 전부터 감정노동자권리보호센터가 설치될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고 광역지자체 몇 곳에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공공기관, 민간사업장 등 다양한 직군으로 만날 수 있는 감정노동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성 있게 예방하고 치유하는 플랫폼으로써 센터가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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