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연극제] “고품격 무대 보일 수 있어 자부심 커”
[경남연극제] “고품격 무대 보일 수 있어 자부심 커”
  • 백지영
  • 승인 2023.0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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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전서 영감 조선 배경 풍자극부터
사람 냄새 가득 코미디·사랑이야기 등
경연 외 탱고·플라멩코 등 특설 공연도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제41회 경남연극제는 연극인들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고 자율 선택으로 바뀌면서 4년 만에 관객의 표정을 읽으며 연기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연극제이기 때문이다.

김소정 제41회 경남연극제 집행위원장(한국연극협회 마산지부장)은 “웃겨야 하는데 관객들이 웃지 않는다면 배우들이 대사 속도 등을 조절해가며 더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도록 했지만 마스크로 표정을 읽기 힘들 때는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극제는 모든 빗장이 사라진 만큼 오랜만에 예전처럼 관객과 소통하는 무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집행위는 경연을 비롯해 공연 시작 전 탱고·변검·플라멩코 등 특설 공연과 경남 연극 역사를 담은 영상 상영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를 마련했다.

개막식은 3월 17일 첫 경연에 앞서 오후 7시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개막 축하 국악 퍼포먼스 ‘설렘’으로 열린다. 폐막식은 29일 오후 7시 3·15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경연 시상으로 진행된다. 연극제의 백미는 각 극단이 단체상·개인상 등을 놓고 경쟁을 펼치는 경연 무대다.

김 위원장은 “경남은 전국적으로 작품의 질이 높다고 정평 나 있다. 매년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타냐, 못 타냐의 차이일 뿐 100% 수상했을 정도”라며 “좋은 공연을 지역민들에게 축제 기간 연속해서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편 연극제 예매는 2월 16일부터 네이버 폼(naver.me/50olRq5D)과 전화(010-6567-8801, 010-8607-0693)을 통해 할 수 있다.

 

예도 ‘크라켄을 만난다면’

◇23일=거제 극단 예도가 ‘크라켄을 만난다면(이선경 작, 이삼우 연출)’을 공연한다. 진우는 타인에게 닥쳐오는 죽음을 환영을 통해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늘 이를 막지 못하고 환영으로 괴로워만 했다. 어느 날 가족 영운의 죽음을 미리 알게 된 진우는 거대한 운명에 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이삼우 연출은 “벚꽃 동산이 있는 우리 읍내에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작품을 정의하며 “늘 소중한 일상에 함께 살아 숨 쉬고 있는 가족과 극단 식구들과 이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장 ‘반추’


◇24일=진주 극단 현장이 ‘반추(차근호 작, 고능석 연출)’를 선보인다. 젊은 나이에 소설 ‘반추’로 한국 문단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오문길은 냉소적이고 권위적인 성격으로 가족들에게는 상처를 입혀 왔다. 60세에 치매에 걸린 오문길은 대표작 ‘반추’를 다시 쓰기 시작한다. 그가 소설 쓰는 것을 돕는 것이 병세를 완화한다는 주치의 말에 가족들은 각기 다른 목표로 소설 완성을 돕는다.

고능석 연출은 “세상의 모든 아버지, 엄마, 남편, 아내, 딸, 아들들이 부디 서로에게 상처 주지 말고 상처받지 말았으면 한다”며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처음 그 역할을 맡아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랑 ‘후궁 박빈’

◇25일=함안 극단 아시랑이 ‘후궁 박빈(한윤섭 작, 손민규 연출)’로 경연에 나선다. 민간 설화 ‘흥부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지만 그래서 행복한 한 가족이 많은 걸 가졌기에 계속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왕가에 의해 사라지는 허망한 과정을 그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 풍자극으로, 궁중 권력 암투와 서민들이 세파에 휩쓸려 핍박받는 애환과 한을 날카로운 풍자로 묘사했다.

손민규 연출은 “관객에게 지루하게 여겨질 수도 있는 사극이라는 장르를 때로는 가볍고 중후한 웃음을, 때로는 진지한 눈물로 엮어 내고자 한다”며 “현대 사회도 작중 사회와 다를 것이 없는 만큼 작은 울림을 전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메들리 ‘안해’

◇26일=밀양 극단 메들리가 ‘안해(박현철 작, 김은민 연출)’로 관객 앞에 선다. 소설가 김유정의 ‘안해’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으로, 일인칭 주관적 시점으로 극을 전개하며 팝콘 같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방송국 먹방 프로그램 프리랜서 작가인 ‘나’는 명절을 앞두고 주위의 성원에 힘입어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은 혹독했고 ‘나’는 자신만의 계획을 세워 이를 실행에 옮긴다.

김은민 연출은 “이 연극은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목적”이라며 “‘나’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이 끊임없이 무대를 드나들며 다양한 역할들로 관객들을 만나 심각하지 않게 재미난 에피소드처럼 이야기하려 한다”고 연출 의도를 소개했다.

나비 공연 모습

◇27일=창원 극단 나비가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이윤설 작, 김동원 연출)’ 초연 무대를 준비했다. 쓰레기 분리수거의 날, 동네 사람들이 가족 중 쓸모없는 인간들과 이웃에 피해를 주는 인간들을 쓰레기 자루에 넣어 버린다. 버려진 사람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쓰레기 처리장에서 탈출하지만 받아 줄 곳이 없음을 깨닫는다. 이들은 결국 자신들을 버린 가족이 있는 집으로 되돌아가지만 다시금 가족에게 버림받고, 뒤쫓아온 미화원들에게 잡힌다.

김동원 연출은 “비현실적이지만 지극히 현실적일 수 있는 사회 풍자극이다. 디스토피아적 설정으로 개인과 사회 체제를 비웃는다”며 “현대의 이상적인 도시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행복한 시민들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루마 ‘당신이 좋아’

◇28일=김해 극단 이루마가 주크박스 뮤지컬 ‘당신이 좋아(국민성 작·이삼우 연출)’로 무대를 펼친다. 낭만극장 사장 우성은 10년째 10월 31일이면 영화 ‘러브 스토리’를 보며 첫사랑 생각에 청승을 떤다. 모나지 않은 성격에 큰 야망도 욕심도 없는 그는 일터를 지키며 평온한 노년을 보낸다. 어느 날 극장 카페에 알바생 문영이 들어오게 되고, 30년 만에 등장한 그녀의 존재로 인해 잔잔하기만 하던 우성의 삶에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이삼우 연출은 “사랑의 순수성이 사라진 현대에서 관계의 유효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인해 우울증이 만연한다”며 “운명적인 사랑을 나누는 황혼 커플의 삶을 통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자번덕 ‘바보처럼 바보같이’

◇29일=폐막일 열리는 마지막 경연에는 사천 극단 장자번덕이 ‘바보처럼 바보같이(김광탁 작, 김종필 연출)’로 참여한다.

형과 동생은 전 재산을 쏟아부어 순대가 주메뉴인 푸드트럭을 연다. 포장마차를 찾는 여러 명의 인연과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코믹하게 전개된다. 세월이 흐르며 세상과 사람들의 처지는 변한 듯 변하지 않았지만, 사람과 세상은 조금씩 성장한다.

김종필 연출은 “행복한 꿈을 간직한 형과 동생이 함께 웃으며 힘차게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람 냄새가 가득한 코미디를 선사하고자 한다”며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보단 아름다운 살맛을 궁리해보는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

백지영기자·사진=경남연극제 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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