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일보-진주바이오산업진흥원 공동기획] 서부경남 미래먹거리 ‘그린바이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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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성
  • 승인 2023.0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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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훈 “대사체농업, 그린바이오 핵심축”
배성문 “식용곤충, 활용 방안 무궁무진”
김선원 “친환경 천연물 소재 가치 커질 것”
김외연·박순주 “고기능성 종자 개발해야”

 

1부 경남의 그린바이오 산업 어디까지 왔나
2부 전문가에게 듣는 그린바이오 유망산업(상)

3부 전문가에게 듣는 그린바이오 유망산업(하)
4부 그린바이오 공공 인프라 국책 사업 유치 도전
5부 진주시, 그린바이오 시티를 꿈꾸다


경상국립대 환경생명화학과 박기훈 교수(생명소재-대사체 농업)=진주시가 그린바이오산업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고부가 식의약 소재를 재배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린바이오산업을 견인할 수 있는 생물소재가 없다는 것이다. 생산가능한 원천생물소재 없이 그린바이오산업의 성장을 외치는 것은 허망한 꿈에 불과하다. 대학과 지자체, 기업이 원천 생물소재 발굴, 재배기술·가공장비 지원, 고부가 바이오제품 생산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작물을 포함한 모든 식물체에는 플라보노이드계(식물에서 추출된 자연화합물로 항산화, 항염증 등에 효과가 있음), 터페노이드계(천연 유기화합물) 및 사포닌 등 특징적인 생리활성 대사체를 갖고 있어 개별 대사체 관점에서는 기능성 식품소재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해당 식물체가 함유하는 ‘활성대사체’의 함량이 적어서 산업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사체농업(Metabolite Farming)은 활성대사체의 생합성 경로를 활성화시켜 이들의 함량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재배·처리기술이다.

식물체는 생육시기에 따라 활성대사체의 종류와 함량에 큰 차이가 있다. 대사체농업은 식물성장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환경변수(수확시기 등)를 적절히 조절해 식물에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성분을 강화하는 것으로, 평범한 식물체를 고부가 원천생물소재로 전환하는 혁신기술이다.

대사체농업의 몇몇 성과를 소개하면 새싹보리의 경우 ‘플라즈마 가스’를 이용해 생산량과 기능성 물질 함량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플라즈마는 반도체, 의료기술, 우주항공 등 다양한 산업에 활용되고 있다. 플라즈마를 새싹보리에 처리한 결과 기능성분인 가바, 폴리코사놀, 사포나린 함량이 증가했다. 이 성분들은 신경전달물질로 뇌기능촉진, 정신안정, 기억력 증진 등에 효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의약품은 뇌졸중, 뇌동맥 후유증에 의한 두통 치료 등에 사용된다.

현재 새싹보리 시장규모는 30억원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또한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콩잎에 대사체농업 기술을 적용, 에스트로겐 함량이 50배 이상, 활성 유리아미노산 함량이 6배 이상 증가된 기능성 콩잎(파바톤콩잎) 생산에 성공했다. 이 파바톤 콩잎은 항-알츠하이머, 갱년기 증상 개선, 피부 콜라겐 생합성 등에 우수한 활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피부광노화 억제 등에 활용되는 쿠메스트롤의 함량이 7배 이상 증가된 기능성 콩뿌리도 생산가능하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약용작물인 당귀에 이 기술을 적용해 생리활성대사체인 잔토톡신 함량을 20배 이상 증가시키는데 성공했다. 대사체농업 기술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고 다양한 식물체에 적용해 맞춤형 고부가 생물소재 확보가 가능하다.

대학, 기업, 바이오산업진흥원, 농민이 협업을 통해 대사체농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그린바이오산업의 핵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기훈 교수




경남농업기술원 유용곤충연구소 배성문 박사(식용곤충)=최근 극심한 기후 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저감,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각국 정부의 움직임들이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1년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됐으며, 식약처에서는 축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용곤충의 수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식용곤충이 기존 육류(단백질)를 대체하는 대체단백질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식용곤충은 수많은 먹거리로 인해 소비자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인류의 역사와 오랫동안 공존해 왔다. 식용곤충은 기존 육류인 소고기와 비교해 사육 면적과 사육 기간은 1/10, 사료소비는 1/5, 체중당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1/2800배 수준으로, 매우 효율적인 대체 자원이다. 경남도에서도 식용곤충연구를 위해 2021년 경남농업기술원 산하에 유용곤충연구소를 개소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용곤충에 갈색거저리, 흰점박이꽃무지 등 10종이, 사료용 곤충으로 동애등에 등 8종 등록돼 이용되고 있다. 2021년부터 소비촉진과 인식 개선 등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식용곤충으로부터 다양한 생리기능성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소에서는 선행적으로 산업화 기반 구축을 위해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장수풍뎅이 유충으로부터 다이어트 효능 소재를 개발했고, 흰점박이꽃무지에서는 미백소재, 갈색거저리 유충으로부터 아토피 완화 소재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인구증가, 환경오염, 질병 등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이오산업에 주목하고 있다. 식용곤충은 그린바이오 육성 사업 중 기타 생명소재 분야를 비롯해 대체식품·메디푸드 분야와 연관성을 가진다.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곤충의 사육부터 가공·유통·연구개발(R&D)까지 지원하는 대량생산기반, 곤충 산업 거점 단지 3개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곤충 기반 제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곤충을 대량으로 생산·가공해야 한다. 그래야 제품 단가를 절감할 수 있다.

또한 그린바이오 벤처육성 지원사업으로 유망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는데 2021년 기타 생명소재(곤충)에서는 ㈜푸디웜(청주 소재)이 선정됐다. 향후 곤충산업은 식용곤충 원료생산이 자동화를 통해 대량화 되면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기능성 소재화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곤충은 혐오감이 높은 반면 높은 단백질 함량, 식물 유사 지질, 키틴 소재, 각종 비타민류, 엽산 등의 함량이 높아 해당 성분을 추출해 활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CJ, 농심에서 식용곤충 이용가능성 연구를 추진해왔고, 한미양행과 케일에서도 식용곤충 파우더 제품, 건강기능성식품 등의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해외의 경우 엑소(미국), 인섹트(프랑스), 프로틱스(네덜란드) 등이 곤충 단백질, 오일, 키틴을 기반으로 하는 소재산업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과 연관해 ESG 경영이 강화되면서 롯데, SK 등 대기업이 대체단백질 자원에 투자를 하고 있다. 식용곤충 관련 기존 사업 외에도 의약품, 화장품, 산업용 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많은 투자를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관련 산업의 벤처 창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성문 박사


항노화 바이오소재 세포공장 지역혁신연구센터 김선원 센터장(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2030년 우리나라 고령인구 비율은 24.3%로 세계평균인 11.6%의 2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노화 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해 2030년에는 약 45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미 국내 항노화 산업 규모도 30조원을 넘어섰다. 경남도는 2014년 항노화산업과를 신설하고 항노화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경남은 풍부한 천연물 자원에 기반을 둔 항노화 바이오소재 산업 육성에 적합한 환경을 갖고 있다. 지리산권의 한방 항노화, 남해안권의 해양 항노화, 김해·양산의 양방 항노화가 있고, 그 중심축에 진주시와 경상국립대가 있다. 경남도에는 대략 2400개에 달하는 바이오기업이 있다. 항노화 바이오소재는 주로 천연물로부터 얻어지는 대표적인 그린바이오산업 제품 소재다.

최근 들어 화학물질을 대체하는 친환경 천연물 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천연물 유래 소재는 막대한 잠재적 가치와 파급력을 지닌다. 예를 들어 스위스의 한 제약회사는 팔각회향나무 열매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인 시킴산(shikimic acid)을 추출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개발해 약 10억 명의 생명을 구했고, 단일소재로 약 11억 불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천연물 소재를 산업화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나고야 의정서에 따라 각국은 생물자원을 국가 자산화하고 있다.

경남도 차세대 혁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소재 산업 육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천연물 바이오소재 기술 고도화 부족으로 많은 기업들이 소규모 B2C(기업과 소비자 간 전자거래) 영세기업에 머무르고 있다. 항노화 바이오소재 세포공장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ABC-RLRC)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세포공장 기반 항노화 바이오소재 실용화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역 산업체 및 연구소에 확산에 힘쓰고 있다.

항노화 바이오소재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소재 발굴, 대량 생산, 표준화 그리고 사업화까지 4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이에 선도연구센터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바이오소재 개발 전주기 플랫폼으로 구축해 항노화 바이오소재 실용화를 가속화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선도연구센터는 첨단 바이오기술(세포공장) 접목을 통해 경남의 그린바이오산업의 가치를 혁신적으로 제고할 계획이다.

21세기 기업의 가치는 성장 가능성에 의해 결정이 된다. 항노화 바이오소재 실용화의 장애 요인을 해결하고 기업연계 산업화 기반을 구축해 경남 그린바이오기업들의 영세성을 극복하는 성장기반을 확대하는 한편 첨단 바이오기술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을 구축해서 지역에 시총 1조 규모 이상의 그린바이오기업 2개 이상을 육성하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김선원 교수


경상국립대 환경생명화학과 김외연·생명과학부 박순주 교수(종자분야, 유전자가위·디지털육종)=현재의 인구증가 추세로 보면 2050년까지 세계 인구는 약 96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획기적인 작물 증산 기술 없이는 전 세계가 기아에 허덕일 가능성이 있다. 현시점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7% 정도이며, 그나마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23%에 그치고 있다.

종자산업은 한 국가의 식량주권을 책임지는 뿌리 산업으로, 최근의 세계 종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582억 8000만 달러(약 72조원)이며 연평균 5.8%의 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종자시장의 경우 2019년 1665억원에서 2020년 4506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종자산업 중 경남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그쳐 중점 육성방안이 필요하다.

작물의 육종은 기존의 품종들에 비해 우수한 형질의 유전자형을 개발하는 과정이다. 육종의 목표 형질은 국가 또는 공동체가 필요로 하고 소비자 또는 재배자의 요구에 따라 결정되며, 육종을 수행하는 방법들은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계승되고 기술들은 고도화되고 있다. 식물의 유전은 종 또는 속간교배를 통해 유용한 형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들이 재조합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중 작물의 ‘유전자교정’ 기술은 작물의 유전체를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세 가지 이유로 ‘작물육종의 혁명적인 기술’로 불리고 있다.

첫째, 유전자교정 기술은 불필요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기능을 제거해 작물의 기능을 유전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 곰팡이 내성 토마토, 다수확성 옥수수 등의 품종들은 유전자교정 개시 1년 정도의 시간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둘째, 특정 위치의 염기를 치환할 수 있어서 단백질의 기능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온실가루이 내성 토마토, 제초제 저항성 옥수수 등의 작물들의 개발이 내재된 단백질의 정밀 편집의 결과이다. 셋째, 짧거나 긴 DNA 서열을 특정 위치에 교차 편집할 수 있어서 유전자의 카피를 넣거나 유전자의 특정 도메인을 융합시킬 수 있으며, 이는 식물을 생물공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안토시아닌 생산 토마토, 기능성 벼 등의 교정 식물체가 해당 편집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작물이다.

경상국립대 연구진들은 유전자교정 기술을 이용해 수직 식물공장용 토마토, 송이형 토마토, 안토시아닌 토마토 등을 개발했다. ‘디지털 육종’은 기존의 물리적인 관행 육종이 아니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데이터·인공지능(AI)을 이용해 유전 획득량을 데이터화하고 작물의 세대 간격을 단축해 육종 기간·비용을 줄이는 방식을 말한다. 즉 생물학과 정보학의 융복합 기술을 활용하는 미래형 산업 기술이다. 세계 종자 기업들은 현재 디지털 육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자금력과 유전데이터 및 풍부한 연구인력을 통해 적극적인 신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국내의 경우 디지털전환은 농산물의 재배, 유통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우리나라가 보유한 선도적인 IT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육종을 추진한다면 미래대응 내재해성·고기능성 종자 개발을 통해 농업분야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내재해성은 습해, 자연재해 등에 견디는 성질(저항성)을 말한다.

최근 일본의 한 기업에서 가바(GABA) 함량이 높은 토마토를 개발했는데 혈관건강에 도움이 돼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상국립대 김재연 교수 연구팀이 라이코펜과 안토시아닌이 동시에 생합성하는 토마토를 개발했다. 이처럼 소비시장이 확보된 작물에 기능성을 강화한 종자는 미래 종자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정희성기자

 
김외연 교수

 
박순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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