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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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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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시인 김유섭, 난해시 ‘오감도’를 풀다!(3)
시인 이상(李箱)의 시 ‘오감도(烏瞰圖)’를 독자들은 그냥 의미도 모르는 채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감도 제1호’는 다음과 같다.

十三人의 兒孩가 道路를 疾走하오

(길은 막다른골목이 適當하오)


第一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第二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第三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第四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중략)

그 중에 一人의 兒孩가 무서운 兒孩라도 좃소
그 중에 一人의 兒孩가 무서워하는 兒孩라도 좃소


시를 다 옮겨 적지 못하고 시의 의미와 맥락에 대해 말해야 할 정도로 난삽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총독부 건축기사로 일한 필명 이상(본명 김해경)의 ‘오감도’는 한자어 조감도(鳥瞰圖)를 죽음을 상징하는 까마귀오(烏)로 바꾸어서 일제하 상황도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오감도인 것이다.

김유섭 시인은 ‘오감도 제1호’는 설계도 형식의 전체도면에 해당하고 연작시 30편을 집약시킨 거대한 상징과 메시지가 들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김시인은 “13인의 兒孩가 도로를 질주하오”에서 ‘아해’를 ‘예해’라 읽어야 된다고 주의를 환기시킨다. ‘예해’는 시제6호에서 이상식 한자 조합단어임을 환기시켰고 거기 따르면 “다시 난 어린 아이”로 읽는다는 것이다. 곧 조선민족은 잇빨처럼 뽑혀 나가고 제국주의 일본 노예인 ‘예해’로 다시 났다는 이야기이다.

13인 아해는 1910년 한일합병시 조선 인구가 1300만인 것을 가리키고 예해로 읽으면 조선인이 식민지 피압박 민족으로 다시 난 것으로 설명이 된다.

이 시를 김시인은 총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푼다. “강제 한일합방과 3·1운동, 만주사변과 민족 분열을 축으로 조선민족이 처한 제국주의 일본 식민지배라는 죽음과 다르지 않은 삶을 보여주면서 절망적인 현실을 자각하고 작은 희망이라도 버리지 말고 도로를 질주하지도 않아도 좋은 조선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투쟁하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시다.”

이로써 이 한 편만으로도 이상은 시로 1인 전쟁을 한 독립전사이며 게릴라였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정도 풀이를 전제하고서 다시 읽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 난해의 언덕을 오르다가 갑자기 일망무제로 탁 트이는 드넓은 들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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