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3]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3]
  • 경남일보
  • 승인 2023.02.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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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보람과 마침치레
지난 1월에 졸업을 한 곳이 여럿 있기는 있었지만 지난주에 졸업을 한 곳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졸업’ 철을 지내며 많이 보고 들었던 졸업장, 졸업식이라는 말을 갈음할 토박이말 이야기를 해 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도 여러 번 졸업이라는 것을 하셨을 텐데 졸업장, 졸업식이라는 말 말고 다른 말을 보시거나 들으신 적이 있으실까요? 모르긴 해도 졸업장, 졸업식이 아닌 말을 들으시거나 보신 적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졸업장’이라는 말이 아닌 다른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나라를 잃었을 때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을 서셨던 한힌샘 주시경 스승님께서 만드신 ‘맞힌 보람’이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요즘 쓰는 말로 바꾸면 ‘마친 보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일을 마치다’ 할 때 그 ‘마친’입니다. 졸업이라는 말을 풀이하면 ‘일을 마치다’라는 뜻이라는 것을 알고 나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 지는 말입니다.

그리고 ‘보람’은 여러분이 잘 아시다시피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라는 뜻과 함께 ‘드러나 보이는 표적’이나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해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마친 보람은 ‘어떤 일을 마치고 그 표를 해 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주시경 스승님께서는 ‘졸업장’을 ‘마친 보람’으로 쓰신 것입니다. 하나의 낱말 느낌을 주려고 마침보람으로 쓰기도 했고 요즘도 그렇게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럼 졸업식은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졸업을 ‘마침’이라고 했으니 ‘마침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식(式)’이라는 말을 좀 더 따져 보겠습니다. 말집 (사전)에서 ‘식’을 찾으면 ‘의식’과 같은 말이라고 하며 ‘행사를 치르는 일정한 법식’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이 ‘식’이라는 말을 갈음할 토박이말도 말집에서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말 가운데 ‘치레’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말은 ‘어떤 일을 치르거나 겪어 낼 때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나 과정’을 뜻합니다. 앞서 본 ‘식’의 풀이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졸업식을 ‘마침치레’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졸업식과 함께 ‘마침치레’라는 말도 쓰는 분이 생길 거라 믿습니다.

우리가 자주 보던 낯익은 말 졸업식과 견주면 ‘마침치레’는 아주 많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치레’라는 말의 뜻과 ‘의식’이라는 말의 뜻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또 느낌이 좀 달라집니다. 이런 움직임이 우리 어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좀 더 우리말다운 말을 쓰며 살아가는 데 작은 밑거름이 될 거라 믿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이 힘과 슬기를 보태주시면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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