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현직이 낙선하면 이상한 조합장 선거
[기자의 시각]현직이 낙선하면 이상한 조합장 선거
  • 박철홍
  • 승인 2023.02.21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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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홍기자

 

전국의 농협과 축협, 수협, 산림조합 수장을 뽑는 조합장선거가 2주가량 남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깜깜이 선거’ 오명 속에 현역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전망이다. “현직이 낙선하는 게 이상한 선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0여년 전 기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진주지역 한 농협 조합장은 지금도 조합장을 하고 있으며 이번 선거에도 출마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이 정도는 약과다.

서울의 한 지역 농협에는 ‘10선’ 조합장이 있다. 1982년부터 임기 4년 조합장 자리를 40년째 맡아오고 있다. 그는 올해 83세로 전국 최고령 조합장이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에서 ‘11선’ 도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2015년 제1회 조합장선거에서도 충남 태안의 한 농협에서 11선 당선자가 나와 화제가 됐다.

조합장선거는 2015년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관리를 위탁받아 전국동시선거로 치러지고 있다. 조합장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던 ‘금품 선거’ 근절 목적이 가장 크다. 조합장선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공직선거보다 더 엄격한 선거법이 적용된다.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없이 후보자 혼자 선거운동을 해야 하지만, 공식선거운동 기간은 13일로 매우 짧다. 선거운동 방식도 벽보 및 공보, 어깨띠·윗옷·소품 이용, 전화·문자메시지, 공공장소에서 명함 배부 등으로 제한돼 있다. 토론회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SNS를 통한 선거운동도 불가능하다.

이같이 선거운동 방식과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한 선거법 탓에 새 얼굴이 당선되기는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도전자들은 기껏해야 명절 인사를 담은 플래카드를 차량 통행량이 많은 곳에 내걸며 얼굴을 알리고 있지만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현직 조합장은 인지도가 높은 데다 여러 행사를 통해 조합원을 만날 기회가 많다. 또 업무상 취득한 조합원 연락처를 선거운동에 활용할 수도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중임 관련 규정도 신인들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현행 농협법과 산림조합법에 따르면 자산 규모 2500억 원 이상인 지역 조합은 전문경영인을 상임이사로 두고 조합장은 비상임으로 전환해 권한을 분산하도록 의무화돼 있다. 상임 조합장의 경우 3선 이상 연임 제한 규정을 뒀으나 중임은 무제한 허용한다. 심지어 비상임 조합장은 수협(1회 연임) 외에는 연임 제한조차 없다.

현역과 신인 간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절실하다.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하면 선거운동 기간 전이라도 공개행사에서 정견 발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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