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면치기
[경일춘추]면치기
  • 경남일보
  • 승인 2023.02.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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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박성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의령사무소장


일명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강세다. 지상파, 종편, 인터넷방송을 가리지 않고 아예 요리로 시작해서 마지막에는 요란한 식사로 끝나는 먹방도 숱하게 많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 세프까지 동원하며 방송과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야말로 최고 절정에 있지 않나 싶다. 이러한 대중의 인기를 업고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아 단시간에 국어사전에까지 등재된 데는 새삼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과도한 음식을 쌓아 놓고 억지로 흡입하는 정도로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방송에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얼마 전 식당에서의 일이다. 대학생 쯤 돼 보이는 청년 4명이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짬뽕을 각 4인분, 그리고 탕수육을 시키는 장면을 목격했다. 돌도 소화시킨다는 청년들인데 저 정도야 그러나 속도에 놀랐다 모두, 경쟁이라도 하듯이 땀을 흘리며 빛의 속도로 먹는 모습을 보고 아 이게 ‘면치기’라는 건가? 면치기라는 용어는 단시간에 많은 양의 면 종류를 끊지 않고 먹는 것을 일컫는 말로 먹방이 만들어낸 신조어란다.

며칠 전 공영방송에서는 백만명이 넘는 조회를 기록하는 유튜버가 출연해 먹방 방송 촬영 과정을 우연히 보게 됐다. 출연자는 한 번에 라면 10개의 많은 양을 빠른 속도로 먹는 방송을 내보내면서 실시간 댓글이 이어지는 온라인 유튜버 방송이었다. 또 어떤 방송의 먹방에서는 진행자가 게스트에게 면치기를 하지 않는다고 나무라기도 했다. 아무리 시청률이라 해도 이래도 되나 싶었다.

우리의 밥상머리 식사 예절은 음식을 후루룩, 쩝쩝, 소리를 내면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 누구도 식사 예절을 지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견을 낸 사람이 ‘꼰대’로 간주된다. 남이야 면치기를 하든 말든, 급하게 많이 먹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란 이 또한 개인주의 풍조가 낳은 세태라니 너무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잊지 많아야 할 것은 한국인의 밥상 주연은 여전히 쌀이다. 지금 세계 곡물시장은 전쟁, 이상기후 등으로 불안하다. 이 여파로 수입에 의존하는 밀가루는 비싸졌지만 소비는 식을 줄 모른다. 반대로 쌀값은 계속된 하락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생각하건대 우리의 주식을 수입 밀가루가 빚은 면치기에 빼앗긴다면 영 체면을 구길 일이다. 아울러 우리 국민 건강과 쌀 소비 촉진을 위해서라도 우리 쌀을 소재로 하는 먹방이 면치기에 못지 않게 많이 생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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