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90) 강구안(유담)
강재남의 포엠산책(90) 강구안(유담)
  • 경남일보
  • 승인 2023.02.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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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머리 옆집 아이 별명이 원양호 싼판이었다
원양호 다니다 금성호가 다니던 뱃길
부산에서 오노라면
어떤 날에는 환한 날에 닿고
어떤 날엔 깜깜한 밤이었다
원양호나 금성호나 뱃멀미가 나기는 마찬가지
집에 와 누워도 방바닥이 울렁거렸는데 가멀미라고 했다
강구안 물결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출렁거리는데
세월에 가멀미 하는 나이
부산 배를 타지 않아도
어떤 때는 환하고 어떤 때는 깜깜한
강구안
강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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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안은 통영 문화의 중심지로 길거리 공연이 활기차고 관광객 발길이 흥성거리는 곳이에요.
 
한쪽에 솜사탕 파는 할아버지가 있고 달고나의 달콤함이 아이들 웃음에 녹아 추억으로 아련한 곳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강구안’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인데요. 여수에서 통영으로, 통영에서 부산으로 하루 두 번 여객선이 다니던 시절, 처음엔 원양호가 이후에 금성호가 뱃길을 열던 때가 있었어요. 그땐 육로보다 바닷길이 빠르고 익숙했지요. 어쩌면 선박이 더 교통수단에 가까웠다고 하는 게 맞겠어요.
 
여수에서 출발한 배는 오전 9시에 통영항에 도착해 여객들을 싣고 부산으로 향했죠. 오후엔 반대로 부산에서 통영으로 여수로, 그렇게 도착지까지 바다에 떠 있어야 하기에 육지에 내려서도 속이 울렁이면서 가멀미가 났어요. 여객선이 다니던 길이 사라지고도 강구안 물결은 여전히 출렁거려요.
 
그 시간을 다 보낸 화자는 이제 세월에 가멀미를 하는군요. 어떤 때는 환하고 어떤 때는 깜깜한 시간의 문턱을 넘는 화자의 걸음이 깊은 침묵에서 쓸쓸하고 고요하네요. 하지만 괜찮다 말해주고 싶어요. 우리가 그 걸음에 같이 있으니 다 괜찮다, 가만히 토닥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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