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챗GPT한테 무엇을 어떻게 물을까
[경일시론]챗GPT한테 무엇을 어떻게 물을까
  • 경남일보
  • 승인 2023.02.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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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정재모 논설위원


‘챗GPT’가 최근 지구촌 최대의 화두다. 개발된 지 두 달 만인 지난 1월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하더니 2월 말 현재 2억 명에 육박한다. 기존의 어떤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도 세우지 못한 기록이다. 세상에 나온 지 불과 석 달 만에 세상을 뒤덮고 있는 거다. 비슷한 기능의 챗봇도 속속 나올 태세다. 챗GPT, 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삽시간에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가.

챗GPT는 미국 기업 오픈AI가 작년 12월 공개한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다. 챗봇은 주지하듯 대화(chat)하는 로봇이란 뜻의 합성 조어.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 말과 글을 학습한 뒤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눈다. 어떤 종류의 대화, 어떤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을 내놓다. 무엇을 물어도 묻는 말이 끝나는 순간 대답이 튀어나온다. 사람과 나눈 대화를 상세히 기억하며 논리적인 글을 만들어낸다. 주제나 제목을 주면 시 소설 에세이 같은 감성의 글도 척척 써낸다. 앱은 스마트폰에도 탑재된다.

일전 보도된 기사 한 꼭지가 인공 지능 챗봇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국어를 전혀 익히지 못한 40대 일본인 주부가 한국문학 번역상을 탔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는 AI 번역기 파파고를 써서 한국의 인기 웹툰 ‘미래의 골동품’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그걸로 국내 권위 있는 번역문학상을 받았다는 것 아닌가!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 시대가 저물어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어느 전문가의 경험. ‘코로나 팬데믹 후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건가?’라고 물었다. 챗GPT는 0.5초만에 ‘원격 근무 및 가상 커뮤니케이션의 보편화’라고 대답하더란다. 관련 질문으로 좀 더 상세하게 따졌다. ‘글로벌 보건 보안이 코로나 이후 세상이 변해갈 미래라는데, 그렇다면 그 구현 방안은 무엇인가?’ 챗GPT로부터 “공중보건 문제에 대한 국제협력과 공동 작업 증진”이란 취지의 대답이 돌아왔다. 제법 긴 내용의 답변을 내놓는 데 걸린 시간 역시 0.5초 이내였다고 했다(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이쯤 되면 이 분야 전문가들끼리의 대화에 손색이 없다.

이 전문가는 챗GPT의 장점으로 모든 답변을 망라하는 포괄성을 들었다. 단점은 대답이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거라고 했다. 또 하나의 결론은 답변 내용의 풍부함을 놓고 인간이 챗GPT와 경쟁하지 말라는 거였다. 무모하고 부질없다는 거다. 2016년 바둑 천재 이세돌과 알파고의 반상(盤上) 대결 때 우리가 이미 통절히 탄식했듯 사람 두뇌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며칠 전 미국 AI 연구원이 바둑 AI 카타고를 14대 1로 이겨 떠들썩했지만 일시적 케이스일 뿐 AI는 곧 그를 누를 거다.

인공지능은 분초를 다투어 진화한다. 그 끝이 어디일지도 알 수 없다. 이제 사람들은 지식을 굳이 뇌에 저장하려 않을는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온라인 청소년 대화방에는 애써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화두도 올라와 있다. 진화하는 챗봇 시대에 지식의 축적은 무의미하다는 거다. 지식 축적, 정말 불필요할까.

챗봇이 아무리 진화하고 발달해도 질문은 인간의 영역이다. 로봇이 모든 걸 다 가르쳐주고 해결해 준다고 해서 사람처럼 무언가를 창발적으로 묻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질문하는 능력까지 가질 리는 없는 거다. 인간만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고 어떻게 물어야 하는가의 의문을 품고 있다.

우리는 일테면 ‘호모 쿠에스티오(Homo questio ;질문하는 인간)’의 숙명에 충실해야 할 존재인지도 모른다. 질문이 곧 세상을 굴려가는 본원적 동력이겠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챗GPT에게 무엇을, 어떻게 물을까를 고민할 시대다. 창조적 물음을 찾기 위해선 전통적 ‘아날로그식’ 지식 획득 방식을 팽개칠 수는 없는 일이다. 똑똑한 해결은 챗봇의 몫일지라도 회의(懷疑)는 내내 인간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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