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4]
이창수와 함께 하는 토박이말 나들이[94]
  • 경남일보
  • 승인 2023.03.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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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요즘 여러 곳에서 꽃이 피었다는 기별을 많이 받습니다. 제 둘레에도 벌써 꽃을 피운 나무도 있고 꽃망울이 맺혀서 곧 피지 싶은 나무도 보이더군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이렇게 꽃들이 봄이 왔다는 것을 알려 주기도 하지만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 노래는 바로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온다네”로 비롯하는 박인희 님의 ‘봄이 오는 길’입니다.

이 노래에 나오는 ‘조붓하다’는 토박이말은 앞서 알려 드린 적이 있는 말이라 생각이 나시는 분도 계실 거라 믿습니다. ‘조붓하다’는 ‘조금 좁은 듯하다’라는 뜻이며 비슷한 짜임으로 된 ‘가붓하다’, ‘너붓하다’는 말까지 함께 알려드렸었는데 처음 보시는 분들도 뜻을 어림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노랫말에 나온 ‘오솔길’과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드리고자 합니다. 오솔길은 다들 잘 아시는 것처럼 ‘폭이 좁은 호젓한 길’을 가리키는 토박이말입니다. 풀이에 나오는 ‘호젓하다’는 말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아 쓸쓸한 느낌이 들 만큼 고요하다’는 뜻이니까 그것을 더해 생각해 보시면 ‘오솔길’이 어떤 길인지 바로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길 이야기를 하면서 어떤 분이 ‘길’이라고 하면 왠지 좁게 작은 느낌이 들고 ‘~로(路)’라고 하면 좀 넓은 느낌이고 ‘~대로(大路)’라고 하면 아주 더 큰 느낌이 든다는 우스개 아닌 우스개를 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게 흔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말을 보는 눈높이 또는 생각이라고 하면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오솔길처럼 ‘길’이 들어간 말이 많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만들 수도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저로서는 많이 안타깝습니다. 크기가 크고 넓은 길은 ‘큰길’이고 사람이나 수레가 많이 다니는 넓은 길은 ‘한길’이라고 합니다. 사람이 다니면 ‘사람길’이고 수레가 다니면 ‘수레길’인데 ‘인도(人道)’ ‘차도(車道)’로 부릅니다. 나라에서 닦은 길은 ‘나라길’이 될 것이고 빠르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길은 ‘빠른길’이 될 것입니다.

오솔길이라는 말이 예쁘기도 하면서 ‘솔다’라는 말의 ‘솔’을 떠올리게 되는 말이기도 합니다. 큰길, 한길, 수레길, 사람길, 나라길, 빠른길처럼 ‘길’이 들어간 말들을 많은 사람들이 자주 써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절로 그런 말을 쓰며 살게 될 거라 믿습니다. 우리가 토박이말을 좀 더 자주 그리고 더 많이 쓰고자 하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그런 날이 훨씬 앞당겨 질 것입니다.

㈔토박이말바라기 늘맡음빛(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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