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요양병원 어르신들의 행복한 날
[경일춘추]요양병원 어르신들의 행복한 날
  • 경남일보
  • 승인 2023.03.0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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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태 마산중부경찰서 112상황실과장
박금태 마산중부경찰서 112상황실과장


직원 중에 매월 가까운 요양병원을 찾아 거동이 불편하거나 외출이 어려운 어르신들께 이발을 해드리는 일을 하는 동료가 있다. 어느 날 팀장의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이발봉사 관련대화를 하게 됐다. 그는 약 5년 전 도심지 학원에서 수 백만원을 지불하고 1년 가까이 이발기술을 배웠다고 했다. 단지 삶을 통해 자신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어서였다. 거동이 불편하고 외출이 불가능한 어르신들이 이발봉사를 해드린 다음 그 눈빛을 보면 오히려 자신의 마음에 기쁨이 넘친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어버이날을 앞둔 어느 날 팀장이 이발봉사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 기회가 된다면 나의 부족한 색소폰 연주도 한번 들려드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말을 전했더니 같은 병원 사회복지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때마침 병원에서 어버이날 감사행사를 준비하는데 음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는 전통가요 다섯 곡 정도 준비를 했다.

장모님 칠순잔치와 선배님 퇴임식에서 한 두 번 연주해본 것이 전부인 내가 어르신들 앞에서 순회공연(?)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더 열심히 준비했다.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요양병원은 행사준비로 정리정돈 돼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준비한 순서에 따라 행사가 진행됐다. 나의 색소폰 실력은 부족했지만, 반주기가 커버해 주었다. 나는 요양병원 음악봉사에서 연로하신 어르신들을 보면서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고인이 된 나의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해맑게 웃으시면서 박수치시고 몸을 흔드시는 어르신들은 걱정거리 없는 천사들 같이 보였다.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만 있는 것이 아니고 산업재해로 인해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분들은 어버이날만 이런 날을 기다리시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즉 설날, 추석, 어버이날, 연말 등 절기마다 이런 흥겨운 행사를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아니 사람이 오는 그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그 후에도 연말이 다가오면서 사회복지사로부터 전화연락이 왔지만,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봉사의 기회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나는 약 5년 전 색소폰 학원에 조금 다닌 것이 전부이다. 혼자 연습실에 악기를 다룰 때면, 어르신들의 신나게 노래하시던 모습이 아른거린다. 속히 코로나가 없어져 어르신들 앞에서 연주봉사를 하게 되고 어르신들이 행복해 하는 날들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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