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진주교육대학교의 개교와 식민지 교육
[경일춘추]진주교육대학교의 개교와 식민지 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23.03.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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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진 진주교육대학교 도덕교육과 교수
김낙진 진주교육대학교 도덕교육과 교수


1923년 보통학교 교원양성을 위해 경남도 공립 사범학교가 설립됐다. 1940년에 중학교 과정의 관립 진주사범학교로 변신했고, 광복 이후 고교 과정의 진주사범학교가 됐다. 1963년 2년제 진주교육대학, 1983년 4년제 진주교육대학교로 승격됐다. 이 중 무엇을 전신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개교의 기산 시점이 달라진다. 일제 강점기 사범학교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설립 주체가 일제였고, 식민 지배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했음에 주목한다.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역사학계의 견해가 있다. 억압과 수탈이 있었더라도 일제는 식민지개발을 위한 근대적 개혁도 단행했다고 이 이론은 주장한다. 이를 교육사에 적용하면 한국교육은 식민지 시대에 본격적으로 근대적 형식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인은 6년제 소학교에, 조선인은 4년제 보통학교, 일본인은 5년제 중학교에, 조선인은 4년제 고등보통학교에 다녔다. 대학교는 하나 밖에 없었다. 인간 양성 고등교육이 아닌, 노동 인력 양성의 실업교육이나 하자는 차별 정책이 그 속셈이었다. 이것이 조선인들에게 주어진 교육 환경이었다. 그래서 1923년을 개교 시점으로 잡는 입장은 식민지근대화론과 견해를 같이하지 않는다. 사람은 환경에 구속되는 존재이기에 의지대로 살 여지가 좁다. 그럼에도 자기의식이 있어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할 수 있다.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교육계와 학생의 염원, 교원 양성소가 있던 진주에 그것을 설립하자는 도민의 여론이 형성됨으로써 진주사범학교가 있게 됐다. 일제 강점기에 기구가 마련됐더라도 그것에 우리 선배들의 의지가 더해졌다면, 경남도 공립 사범학교를 우리 역사로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일제 강점기의 교육은 근대화를 위한 최소 조건이었을 뿐이다. 이에 더해 대한민국에 대한 열정과 새 지식의 축적, 고등교육의 보급이 있음으로써 근대 교육의 충분조건이 갖춰졌다. 잊고 싶은 과거도 내 삶의 일부분이듯, 지우고 싶은 역사도 우리 역사의 일부다. 젊은 날 방황이 큰 사람으로 성장할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하면, 오욕의 역사도 원한과 부정의 대상보다는 미래 교훈의 자원으로 삼아야 할 듯하다. 극복해야 할 폐단도 있다. 전통문화가 다른데다 군국주의의 길을 걷던 일제가 남긴 폐단은 컸다. 성장의 길을 걸어온 현대사의 부면에는 이 폐단을 극복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개인의 내면과 시대의 정신을 변화시키는 일은 어려워서 곳곳에 잔재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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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교대100주년 2023-03-07 17:08:14
2023년도 진주교육대학교 10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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