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어들 내려놓고…박구경 시인 영면
삶의 시어들 내려놓고…박구경 시인 영면
  • 백지영
  • 승인 2023.03.06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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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일보 기자 출신…보건진료소 공무원 시절 장관상 받으며 등단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등 대표작…투병 중 형평운동 시집도 발간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어디서 오래 전에 보았듯이/ 그랬듯이 / 대숲과 코스모스를 휘저으며 /여행에 지친 사람들이 몰려왔으면 좋겠다// 기차가 들어와/ 어둠 속을 달려온 그 시커먼 쇳덩이가 /숨을 몰아쉬는 동안 /큼직한 보따리와 흰옷의 사람들이 /시끌벌쩍 이 바닷가에 펼쳐졌으면 좋겠다//(중략) 육중한 열 량 스무 량의 기차가/ 거친 쇳내를 풍기며 들어서는 바닷가 역사(驛舍)” - 시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中

따스한 시선과 꼿꼿한 정신을 바탕으로 지역에서 활발한 문단 활동을 펼쳐온 박구경 시인이 지난 2일 향년 6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암 투병 끝에 영면에 든 고인의 빈소는 사천 삼천포서울병원장례식장에 차려졌고, 유해는 지난 4일 사천시 동동 선산에 수목장으로 안장됐다.

고 박구경 시인은 1956년 산청 출생으로 경상국립대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한때 경남일보 기자로 근무했다. 이후 사천지역 보건진료소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문학의 길에 접어들었다.

1996년 ‘문예사조’로 등단했고, 1998년 행정안전부 공모 제 1회 전국공무원문예대전에 시 ‘진료소가 있는 풍경’이 당선돼 장관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진료소가 있는 풍경’,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국수를 닮은 이야기’, ‘외딴 저 집은 둥글다’, ‘형평사를 그리다’ 등을 남겼다.

한국작가회의 이사와 경남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했으며 일신문학회, 마루문학회, 얼토 동인 등으로 활동했다. 고산 윤선도 문학대상, 경남작가상, 토지문학제 하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고인은 병마와 싸우면서도 최근 형평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시집 ‘형평사를 그리다’를 발간하는 등 지역사를 조명하는 작품 활동에 열정을 쏟아왔다.

사천지역 보건지소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의 평범한 이웃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전통적인 민족 정서를 시에 담뿍 담아내는 등 작품의 폭이 넓은 작가로 평가 받아왔다.

대표작 중 하나인 ‘기차가 들어왔으면 좋겠다’에서는 삼천포 진삼선 폐선으로 기차가 들어오지 않자 사람들도 떠나버린 쓸쓸한 서정을 노래하는 등 지역을 기반으로 향토성이 짙은 작품들을 다채롭게 선보여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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