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봉] 4대 종교 평화음악회
[천왕봉] 4대 종교 평화음악회
  • 경남일보
  • 승인 2023.03.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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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 논설위원
동진(東晋)의 고승 혜원, 시인 도연명, 도사 육수정은 서로 친했다. 도연명은 유학자요 육수정은 도학자이니 유·불·선의 교유였다. 어느날 혜원이 사는 여산 동림사에 모여 놀다가 돌아가고 배웅하던 중 셋이 함깨 절집 앞 작은 시내 호계를 무심코 건너게 되었다. 호랑이가 포효했다. 호계는 혜원이 산문 밖으로 나가지 않으리라 스스로 다짐하고 지키던 경계선이었던 거다. 사정을 알은 일행이 크게 웃으니, 호계삼소(虎溪三笑)다.

▶송나라 진성유가 지은 여산기(廬山記)에 있는 얘기로, 유 불 선이 근본에 있어 하나라는 걸 상징한다. 송대 이후 그림으로도 많이 그려진 화제(畵題)다. 종교는 선을 권하고 악을 멀리하여 행복을 얻고자 하는 일이다. 그럴진대 다른 종교간에 반목하고 갈등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호계삼소 고사는 이 점을 1600년 전의 사람들도 강조했던 것이리라.

▶4대 종교 평화음학회 공연이 이번 주말인 11일 홍매화도 붉을 구례 화엄사에서 열린다고 한다. 불교 원불교 천주교 기독교 수행자 및 목회자를 비롯한 종교인 합창단이 출연하는 버스킹 형식의 공연이란다. 신부님과 목사님이 찬불가를, 스님과 교무님이 찬송가를 부르고, 여럿이 합창하며 화합하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평화롭다.

▶이웃 구례 화엄사의 4대 종교 합창 코러스. 때마침 그 지역엔 매화축제가 열리고 이름난 산수유꽃도 피기 시작했다. 제철 맞은 화엄사 홍매화도 한껏 뽐내는 주말이겠다. 철 되면 해외로, 관광지로 연수인지 유람인지 비행기 타기 좋아하는 정치인들, 싸움닭 같은 일상 바루어 화합하는 모습 본받기 좋을 만한 음악회 아닐까 싶다.
 
정재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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