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 (하연우 시인)
끝과 끝에 앉았다
눈빛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부터
거리는 줄자처럼 말려들고
둘은 끝없이 날아올랐다
-하연우 시인의 ‘썸’
국민 누구나 껌깨나 씹던 시대가 있었다. 나 역시 껌 좀 씹던 언니 세대이다. 7, 80년대 주전부리가 많지 않던 시절 껌은 휴대하기도 간편했지만, 껌 한 통에 여러 개가 들어있어 참으로 경제적이었을 뿐 아니라 가격도 부담이 없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가벼이 권할 수 있는 최고의 먹거리로 지금 말로 한다면 국민껌이었던 셈이다. 사실 껌의 맛은 기억에 없다. 내가 자꾸 껌을 샀던 것은 껌종이에 그려진 그림이나 시 문구 때문이었다. 그 껌종이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을 정도였는데, 성인이 되어 꿈을 꿀 때면 그때의 껌이 오브제로 나오고는 했다. 꿈의 상황은 동아리 수련 장소인데, 그중 가장 멋진 남자 선배가 반으로 자른 껌을 내 손에만 살짝이 쥐여주고는 했다. 하연우의 말대로라면 그때 꿈속의 상황은 ‘썸’이었다.
1930년대 김유정의 ‘동백꽃’은 소년과 점순 사이의 닭싸움이 있었고 1950년대 황순원의 ‘소나기’는 소년과 윤 초시네 증손녀 사이에 수수깡짚단이, 1980년대 청소년들에게는 껌이 썸을 타게 만들었다. 2000년대 청소년들은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썸이 시작된다. 사랑에도 시대가 보인다. 시인·디카시 주간
끝과 끝에 앉았다
눈빛이 서로 마주치는 순간부터
거리는 줄자처럼 말려들고
-하연우 시인의 ‘썸’
국민 누구나 껌깨나 씹던 시대가 있었다. 나 역시 껌 좀 씹던 언니 세대이다. 7, 80년대 주전부리가 많지 않던 시절 껌은 휴대하기도 간편했지만, 껌 한 통에 여러 개가 들어있어 참으로 경제적이었을 뿐 아니라 가격도 부담이 없었다. 주변 지인들에게 가벼이 권할 수 있는 최고의 먹거리로 지금 말로 한다면 국민껌이었던 셈이다. 사실 껌의 맛은 기억에 없다. 내가 자꾸 껌을 샀던 것은 껌종이에 그려진 그림이나 시 문구 때문이었다. 그 껌종이를 모으는 것이 취미였을 정도였는데, 성인이 되어 꿈을 꿀 때면 그때의 껌이 오브제로 나오고는 했다. 꿈의 상황은 동아리 수련 장소인데, 그중 가장 멋진 남자 선배가 반으로 자른 껌을 내 손에만 살짝이 쥐여주고는 했다. 하연우의 말대로라면 그때 꿈속의 상황은 ‘썸’이었다.
1930년대 김유정의 ‘동백꽃’은 소년과 점순 사이의 닭싸움이 있었고 1950년대 황순원의 ‘소나기’는 소년과 윤 초시네 증손녀 사이에 수수깡짚단이, 1980년대 청소년들에게는 껌이 썸을 타게 만들었다. 2000년대 청소년들은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썸이 시작된다. 사랑에도 시대가 보인다. 시인·디카시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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