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물화(홍일표)
새와 거위 사이가 멀어져서 날이 저물었다
창문이 많은 봄이었는데
들길 산길에 색색의 기분들이 흘러 다니는 봄날이었는데
연못이 거위를 번쩍 들었다 놓는다
날아가지 못하는 거위의 일생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물에 띄워 놓은 한 덩이 두부처럼
거위는 후회하지 않아서 다시 거위가 된다
연못을 잠그고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창문이 많은 봄이었는데
들길 산길에 색색의 기분들이 흘러 다니는 봄날이었는데
---------------------------------------------------------------------------------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