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모든 화근은 무리에서 시작 된다
[경일칼럼]모든 화근은 무리에서 시작 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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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봄은 소리 없이 다가와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한없는 표정 짓고 사뿐히 내게 다가왔다. 봄은 그렇게 소리 없이.’ 시인 진성영의 ‘봄은 소리 없이’라는 시다. 매년 봄이 되면 봄은 소리없이 은근슬쩍 우리 곁을 오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우리들의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변함없이 변하는 것이 있다면 계절의 변화가 아닌가 싶다. 모든 것을 다 바꿀 수 있어도 자연의 섭리는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봄의 전령사는 색깔과 소리다. 계절도 계절마다 연상되는 색깔이 있다. 여름은 신록이 연상되는 초록색이다. 가을은 단풍이 연상되어 갈색이다. 겨울은 눈을 연상하게 되어 흰색 이다. 그럼 봄은 무슨 색깔일까? 봄은 한 가지 색깔이 아니고 무지개 색이다. 다양한 색의 꽃들이 피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매화, 개나리, 민들레, 벚꽃, 수선화, 유채꽃, 라일락, 목련 등 많은 꽃들은 형형색색으로 봄이 왔음을 알린다. 그리고 봄을 알리는 봄의 소리도 있다. 두껍게 얼었던 얼음장이 녹아 흐르는 시냇물 소리.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 울음소리, 대지를 촉촉히 적셔주는 봄비 소리, 구애하는 새들의 노랫소리, 꽃길을 거니는 상춘객들의 발걸음 소리, 한겨울 쌓였던 묵은 때를 씻기 위해 두드리는 빨래 방망이 소리. 그리고 새싹들이 움트는 나직한 소리도 있고 클래식 곡들 중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도 있다. 눈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와 벌레나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난다는 경칩(驚蟄)은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린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쉬울 것 같으면서 어려운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말은 쉽게 하지만 실천은 잘 되질 않는다. 우리는 자녀들에게 후회되지 않도록 행동하라고 말한다. 이 말은 무리하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어떤 행동을 하고 난 후 돌이켜 보면 후회는 무리가 발단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녀들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는 우리도 무리를 하고 후회를 한다. 신이 인류에게 준 선물 중에서 가장 신비한 선물은 술일 것이다. 술은 인간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고 기분을 상승시켜 주는 만병통치약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술을 거나할 정도에서 멈추지 않고 술에 취할 정도로 마시게 되면 네 가지가 차례대로 풀린다는 사해(四解)를 하게 된다. 첫 번째는 말실수를 하게 되는 해구(解口), 두 번째는 추녀가 양귀비로 보이는 이성에 대한 자제력을 잃는 해색(解色), 세 번째는 세상을 원망하며 물건을 깨거나 주먹질하는 해원(解怨), 마지막으로 인사불성이 돼 의식을 잃고 죽음 직전까지 가는 해망(解妄)이다. 술은 특별한 음식으로 처음에는 사람이 술을 마시다가 술이 술을 마시고 마지막에 술이 사람을 마시다 패가망신하게 된다. 전문 의료인들은 하나 같이 균형잡힌 식사와 적당한 운동을 강조한다. 적당한은 무리하지 말라는 뜻이다. 운동도 무리하게 하면 활성 산소가 많이 생성되어 득보다 실이 많아진다. 우리의 인간관계도 무리(지나친 욕심)에서 화근이 시작된다. 지금 우리 정치도 무리의 연속이다. 거짓은 참으로 참은 거짓을 만들기 위한 싸움장이 되고 있다. 국민들은 불안할 뿐이다. 제비는 남쪽으로부터 봄을 물고 오고 기러기는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4만㎞를 날아간다.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며 불평 불만 없이 머나먼 길을 날아간다. 가장 앞에 날아가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의 양력을 만들어 동료 기러기가 혼자 날 때보다 71% 정도 쉽게 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이들은 먼 길을 날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울음 소리를 내는데 그 울음 소리는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날아가는 리더에게 보내는 파이팅 소리고 화합의 소리다.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희망을 상징한다. 이제 우리 정치도 무리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기러기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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