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경남문단 그 뒤안길(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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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23.03.1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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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최근 진주지역에서 나온 시집들(2)
진주 장대동에서 꽃집을 경영하는 시인이 있다. 최영효 시조시인이 그렇다. 필자는 꽃집만 보면 시집 ‘꽃집 식구의 첫사건’을 낸 이규호 시인이 떠오른다. 시인의 직업이 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듣기만 해도 즐겁다.

최 시인은 일찍 언어에 탁월한 감각이 있었고, 시조의 형식이나 이미지 구사에서 평범을 넘어서고 있었다. 만나지 못한 사이 그는 1999년 ‘현대시조’를 통해 등단했고, 경남신문 신춘문예, 김만중문학상, 천강문학상, 형평문학상, 중앙시조대상 등에서 하나 하나 수상의 이력을 쌓고 있었다. 시조집도 4권을 내었는데 그 끝자락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의’가 지금 필자의 손에 잡혀 있다. 그는 그제나 이제나 “시 같은 시조를 쓰는” 시조시인임에 분명하다.

그는 ‘서시’를 이렇게 써 놓고 있다. “하루에/ 한 일씩 먹는 약/ 나는 아직도 너를 꿈꾸고 있다”인데 시조가 아니다. 3행인데 1, 2행을 시조 한 장으로 친다면 3행 또한 한 장으로 칠 수 있다. 그렇다면 초장을 뺀 양장을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중장 종장 양장만 쓰는 것일 수 있다. 그렇게 칠 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냥 서시가 되는, 시로써 읽어달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시 내용은 하루에 한 알씩 약을 먹는데 그 약은 시조도 되고 실제 병에 먹는 약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몸이 약한 것일까? 시조 삼장을 하루 한 번씩 약으로 쓴다는 것일 수 있다.

‘진주식’이라는 시조가 있다.

“서울엔 서울냉면 없고 진주엔 진주냉면 있다/ 부산엔 부산비빔밥 없고 진주엔 진주비빔밥 있다/ 외골수 진주사람들 천년 우린 씨간장 있다” “진주엔 봉알자리 있다/진주사람 태실이다/ 왕밭에 왕대 나는 강골들의 씨내리 씨밭/ 비봉산 날던 봉황이 다시 와서 알을 품을 곳….”

진주사람이면 다 아는 이야기를 시조로 쓰고 있다.

그는 앞으로 ‘우금치’ 같은 역사 이야기를 스토리로 수용하는 3부작 장시조를 쓸 예정으로 있다고 귀띔해 준다. 기대가 크다. 그는 지금도 조용하다. 일을 낼 사람이다.

정준규시인은 2014년 계간 ‘미네르바’로 등단했다. 경상국립대 법학과를 나와 감정평가사로 일하며 시를 쓴다. 시인이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지만 감정평가사로 일하는 시인은 보기 힘들다. 그는 재학중에 김재경(전 4선국회의원), 이강제, 양곡, 이문섭 등과 전원문학회원으로 어울렸다. 전원을 거친 시인들로는 최인호(전 한겨레 기자), 우재욱(포철 홍보실장) 허수경, 안경희, 김수영, 윤성효(오마이뉴스), 여태전 등이 있다.

정준규는 맞춤형 감정평가사로 직업에 충실한 시인이 아닌가 한다. 그는 경상대를 졸업하고 전남대 대학원에서 ‘수산해양정책학’ 박사를 받았다. 거기서 어업보상과 감척에 관해 실무적 접근으로 학위를 받았다. 신기해 보인다. 어업인들이 배를 지나치게 가지게 될 때 감척을 해서 그 수를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금껏 평가사는 지상에서만 근무하는 것으로 알았다. 앞으로 해양시를 뚜렷하게 쓴 작품들이 많이 나오면 좋을 것이다.

이번 시집 ‘저절로’는 불가적 세계의 인식이 편재해 있어 보인다. “잠에서 깨어나면/ 꿈속의 세상을/ 있었다 할 것인가/ 없었다 할 것인가// 꿈 속의 공포와 환희/ 소름처럼/ 생생히 살아있는데// 꿈에서 벗어나면/ 그 세상/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네” 세상에 있는 존재는 모두와의 관계 속에 만들어진다. 관계들은 불이적(不二的) 연관성 속에 있다. 시 ‘불이’는 꿈과 꿈 밖의 것을 노래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이 밖에 空과 無, 緣起 등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는데 어쩌면 초월적 선시의 기반을 닦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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