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사]어찌 그 먼 길을 홀연히 가십니까
[추모사]어찌 그 먼 길을 홀연히 가십니까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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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가 선생, 고 하종갑님 영전에
형!

어찌 그 먼 길을 그렇게 허무하게 홀연히 떠나가십니까. 형의 부음을 접하고 한동안 망연자실(茫然自失),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형과의 지난 50년 가까운 세월, 언론인으로 함께하며 보낸 격동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 인생무상에 뼈가 저립니다. 형은 약관의 나이에 경남일보에 입사하여 시사만화 ‘애나가’로 독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날카로운 비평과 재치로 시사만평의 힌 획을 그은 그 업적은 우리나라 언론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다재다능하여 사진작가로, 수필가로 필명을 남기며 많은 저서를 남기셨고 탐사를 즐겨 주말이면 현장답사로 언론인의 진면목을 몸소 실천해 후배 기자들의 귀감으로, 지방언론의 산 역사로 본을 보이셨습니다. 그 공적은 경남도 문화상 교육언론분야 수상으로 빛났습니다.

평소 선후배 사이로 친했지만 필자가 경남일보에 입사한 후에는 항상 언론계 선배로서 귀감을 보이셨고 늘 감동과 언론인의 길을 행동으로 보여 배움을 주신 선배였습니다. 격동기, 언론통폐합으로 고난의 세월을 동고동락했고 경남일보가 복간되자 과감히 떨치고 참여해 지역언론의 중흥에 앞장서셨습니다. 편집국장을 지내셨고 후에 잠시 바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지만 경남일보에 대한 열정은 언제나 뜨거웠습니다. 은퇴 후에는 함께 경남일보OB로 지내면서 우정을 나눴지만 그것도 잠시, 지병에 시달리면서 뵙지 못한 것이 몹시 한스럽습니다.

인생 고작 칠십생애라는 말이 옛 어른들의 허사가 된 지금 형은 무엇이 그리 급해 서둘러 생을 마감하십니까. 장성해 성공한 자녀들의 효도를 받으시고 후배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으시며 한 세월을 누리셔도 될 나이에 홀연히 먼 길을 재촉하시니 너무 허무합니다.

형! 그리 서둘지 않아도 언젠가는 가야할 길이지만 눈물이 앞서는 것은 다름아닌 한(恨) 때문인가요. 언론인으로서 일생을 마감한 형의 가슴에 어찌 한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어찌합니까. 한은 또다른 한을 부르는 것을. 부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영면하소서. 곧 뒤따라가 형과 함께 할 날을 그려 봅니다. 항상 밝고 긍정적이며 두려워 하지 않은 실천의 귀감이 되신 형의 명복을 빕니다.
 
변옥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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