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일제 강제동원 해법이 아니라 폭력이다
[여성칼럼]일제 강제동원 해법이 아니라 폭력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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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전옥희 진주여성회 대표


“그런 돈은 곧 굶어 죽어도 안받겠다.” 양금덕 할머니가 지난 3월 7일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 해법 강행 규탄 긴급시국선언’에서 하신 말이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 3월 6일 내놓은 강제동원 배상금 해법안의 핵심은 포스코 등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입은 한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낸 돈으로 기금을 마련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해법안을 들으며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분노가 치밀어 규탄 성명, 기자회견을 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모든 폭력 피해를 해결하는 과정은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야 한다. 피해자 마음대로 결론지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관점에서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피해자가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해결방식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실현해가는 것이다. 모든 피해자들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로 다시 회귀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일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피해자의 잘못이 아님을, 식민지 지배 아래 강력한 권력과 폭력으로 어쩔 수 없었음을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위로해줘야 한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받고, 배상을 받아야 일상으로 돌아가며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가해자의 반성 없이는 그 누가 아무리 좋은 대책을 내놓아도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기실 진정한 사과는 가해자가 미안한 마음이 들어야 한다. 가해자가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자신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피해회복으로 나아가는데 함께 돕겠다는 책임까지 담겨야 진정한 사과이다. 하지만 일본은 전혀 미안한 마음이 없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조차 요구 못하는 굴욕적인 일제강제동원 해법안은 정의가 바로 서지 않는 나라임을 공표하는 것과 다름없다. 진상규명이 없는 미래에 희망과 협력을 이야기 할 수 없다. 피해자에게 억지로 가해자를 용서하라는 정부의 방식은 정부가 앞장서서 가해자 편에 서서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2차 가해를 행하는 폭력이며, 바로 지금도 여성들이 마주하는 성차별 현실이다.

지금까지 일본은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라거나, 조선의 노동자와 ‘위안부’를 강제동원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시인한 바 없다. 그들의 태도는 아주 일관적이게 뻔뻔하다. 가해자들은 쉽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이 없다고 여긴다. 피해상황을 초래한 것은 약한 피해자 탓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가해자는 침묵과 은폐로 방어하며 망각을 조장한다. 많은 사람들은 가해자의 강함에 분노하지만 주눅든다. 그 권력을 부러워하고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생긴다. 결국 뻔뻔한 인간들이 주류를 이루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우리 사회에서 일본의 편에 서 있는 지금의 정부 또한 가해자이다. 윤석열 정부가 만든 상황은 마치 우리가 국제법을 위반했고 일본이 정당한 것처럼 주객을 전도시켰다. 강제동원은 전시범죄로, 보편적인 인권의 문제다. 가해자가 일본이 아니라 어느 나라가 들어가도 사건의 본질이 전범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범죄사실을 부정하고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기시다 총리와 오무라이스를 먹으며 일본의 국익을 우선하는 반인권적, 반역사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친일세력이 청산되지 않고 권력을 유지해 온 슬픈 역사 속에서도 언제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정부의 누군가가 아니라 한국의 시민들이다. 굴욕적인 외교를 펼치는 정부를 향해, 자신의 잘못을 모르쇠하는 일본을 향해 깨어있는 시민들이 행동할 때이다. 가해자인 일본이 망각을 조장하는데 맞서 기억해야 한다. 우리의 기억은 힘이 있다. 단단한 연대로 일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받아 바람직한 내일로 나갈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하게 미래세대를 위해 할 일이다. 우리의 목소리를 크게 내어 역사를 바로 세워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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