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관세찰(大觀細察)
[기고]대관세찰(大觀細察)
  • 경남일보
  • 승인 2023.03.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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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민 창원시 마산합포구청장
김선민 마산합포구청장

 

우리가 아는 보편적인 가족의 모습은 4인 가구다. 부모와 자녀 2명이 함께 식탁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모습을 우리는 전형적인 가족의 모델로 여겨왔다. 과거 국가에서 펼치는 사회·경제 정책도 4인 가구 체제에 맞춰져 있었다. 일명 국민 평수로 불리는 84㎡ 면적의 아파트도 가족 4명의 생활 패턴에 따라 설계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인 가구가 대세다. 2022 행정안전통계연보에 의하면, 4인 가구는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18.7% 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1인 가구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며 작년에 처음으로 40%(40.3%)를 넘어섰다. 계속된 고령화와 핵가족화가 주된 원인이겠지만 변화하는 가족의 의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 다른 사회적 특징도 생겨났다. 바로 개인주의 성향이다. 농경기 품앗이와 직장의 회식문화가 대변하듯 우리 사회는 공동체 정신과 단합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자아가 확고한 MZ세대의 가치관과 코로나19로 인해 발달된 비대면 시스템으로 ‘함께 하자’라는 사회 문화는 ‘라떼의 생활’로 치부되고 있다. 우리보다는 내가 중심인 사회의 고착화다.

과학 기술은 이런 변화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가령 각종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다 보면 내가 찾지 않았는데도 내 취향의 영상이 계속 검색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축적된 나의 검색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알고리즘을 통해 가능한 기술이라는 데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라는 섬뜩한 느낌이 들다가도 나에게 맞춰주는 기술 진보에 편리함을 더 크게 느낀다. 뿐만 아니라 초소형 가전제품부터 AI 반려로봇, 밀키트 제품까지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물건들도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있다.

이렇듯 인구 구조 축소와 파편화된 나노사회는 지금 시대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화두다.

행정도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가족이 여럿 뭉쳐 지낼 때보다 여러 가구로 흩어지게 되면 행정 수요의 다양성도 그에 비례해 증가한다. 함께보다 혼자가 중심인 사회 기류는 복지 울타리에서 가려진 사회로 좌표를 옮겨가는 이들 또한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어느 때보다 행정의 세심함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대관세찰(大觀細察)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크게 보면서 세밀하게 살핀다’라는 뜻인데 창원시는 이를 행정철학으로 삼고 있다. 이 문구를 행정에 접목해 보면, 도시의 구조를 다듬고 그 속에서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영역이 ‘대관(大觀)’이고, 시대적 화두에 대응하는 디테일한 챙김의 행정이 세찰(細察)의 부문일 것이다. 창원시는 미래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원전산업, 방산산업, 수소산업, 창원국가산단2.0, 우주발사체 단조립장 유치 등 50년, 아니 100년을 내다보는 백년대계를 큰 붓으로 그려가고 있다. 마산합포구는 그 속에서 생기는 작은 빈틈들을 작은 붓으로 채워나가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선 잘게 쪼개진 가족 단위 만큼 다양해진 성향이 반영된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시민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난 1월 구청장 취임 자리에서 ‘어머니 구청장’이 되겠다고 밝혔다. 우리를 지키고 챙겨줬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세심한 행정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더욱 자주 찾고, 많이 듣고, 세밀하게 구민 삶을 살필 것이다. 숲과 나무는 같이 봐야 한다. 그래야 숲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나무 하나하나의 가치도 깨달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대관세찰 정신이 세상에 절실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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