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나 벌레로 재해를 입은 나무가 규칙적인 나이테를 만들지 못하고 한해에 두 개 이상 나이테를 만드는 것을 헛나이테라고 해요. 뜻밖의 재난으로 만들어진 나이테는 안팎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요. 사람도 이와 다를 게 없어요. 얼굴에는 한 사람이 걸어온 일생이 쓰여있어요. 스스로가 원하는 일이 아닌 길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비애를 생각합니다. 누군들 이런 생을 원했을까요. 우리에게는 어쩌지 못하는 삶도 있습니다. 바닷가를 배경으로 한 허름한 가게에서 술잔을 건네며 주고받는 농이 막걸리처럼 익었어요. ‘낮술 환영’에서 만난 아주머니를 보면서 헛나이테의 속성을 그린 화자의 농에서 연민의 마음이 읽혀요. 모진 풍파에 몇 번이나 흔들렸을 뿌리를, 근심으로 떨구었을 잎으로, 사람의 나이테를 그립니다. 눈가에 자글자글한 실금이 고단함을 말해주네요. 그럼에도 엄마는 그런 것 같아요. 생의 질곡에서도 자식을 생각하면 미소가 먼저 번지는 것요. 비바람이 강해도, 생채기 난 마음에서 피가 흘러도, 엄마여서 괜찮아야 하는 것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