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모 논설위원

대망의 ‘사천 우주항공청’은 지금 어디쯤 왔는가. 정부는 우주항공청 특별법을 마련해 지난 2일 입법 예고했다. 법안에는 ‘우주항공청을 과기부 외청으로 올 연말까지 사천에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과기부는 이 법안을 내달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출에 앞서 지난 21일 여론조사 결과를 하나 발표했다. 법안 입법 예고에 즈음한 조사였다. 우주항공청 설립 필요성 질문에 긍정적인 응답이 79.6%였고 부정적 여론은 5.1%에 불과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은 우주항공청 사천 유치가 순항 중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렇듯 사천에 들어설 걸로 모두가 알고 있는 우주항공청이 최근 여울턱을 만났다. 충청권 출신 더불어민주당 일부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이 심상찮은 거다.
국회 과방위 소속 조승래 의원을 비롯한 야당의원 7명이 지난 22일 ‘우주항공청 특별법 문제 분석과 대안입법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몇몇 대학 교수와 사계(斯界) 인사들이 정부 추진 방향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우주항공청을 과학기술부의 외청 형태로 하는 구조를 주로 비판했다. 범 정부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조직으로 재논의돼야 한다는 거였다. 어떤 이는 “대통령 산하의 독립 기구인 국가정보원의 조직 형태와 비슷해야 한다”고도 했다. 야당의원들은 이 토론회에 이어 곧 특별법 대안 입법을 제안할 거라고 한다. 입법 예고된 정부 특별법 국회 통과가 순탄치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토론회 이후 쏟아진 보도들을 검색해 보았다. 우주청의 사천 입지를 명시적으로 반대한 주장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대통령 공약으로서 이미 기정사실이 되어 있는 사천행에 안 된다는 직설은 나름 자제한 걸까. 하지만 충청권 어느 지역신문에서 ‘경남 유치는 불가역적인 공약 아니다’는 언급으로 욕심을 슬쩍 내비쳤다. 막판 분위기가 은근히 묘한 거다.
주춧돌에 윤기가 돌면 우산을 챙기라 했다. 경남은 심상찮은 이 분위기에 눈 부릅뜨고 대비해야 한다. 충청권 연고 야당의원들이 지금 걱정하는 것이 우주항공청의 조직 합리성과 기능 문제일까. 그게 본질도 아니고 전부는 더더욱 아닐 거다. 대안입법을 들먹이고 있는 건 우선 급한 불, 사천 청사의 첫 삽을 일단 보류시켜 놓고 보자는 심산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 사안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들도 사천 설립이 걸림돌을 만났다고 했다. 서울 언론들은 겉보기상 짐짓 공정한 척하지만 사천 유치에 손을 들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우선 며칠 전의 토론회 보도를 보더라도 주최자 중심의 주장 전달이 주를 이룬다. 특정 토론회 보도라 할지라도 최소한 정부 해명과 입장도 같은 무게로 언급됐어야 한다. 그런데 보도들은 그러지 않았다. 이런 계제에 충청권 야당의원들의 활동을 뻔히 보면서 이곳 경남에서는 손놓고 있어야 하나. 지역민의 대표자 국회의원들이 나서줘야 한다.
사천이 우주항공청의 유력 입지가 돼 있다고 해서 사천 출신 의원에게만 맡겨둘 일은 아니다. 사천시만의 일이 아닌 거다. 게다가 해당 의원은 지금 범법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다. 활동이 어려운 처지다. 경남 출신 의원들 모두가 함께 나서줄 것이 요구된다. 나서서 정부 특별법 제정이 순탄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뒷받침 활동을 벌여야 한다. 사천 설치 조기 착수 촉구 토론회 같은 걸 못 열 이유가 없다. 야권 일각의 우주항공청 관련 활동에서 느끼는 도민들의 초조한 심정을 지역 출신 의원들은 헤아려야 한다.
덧붙여 차제에 정부에게도 바라는 게 있다. 청의 사천 유치가 대통령의 공약이자 윤석열 정부의 국정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고히 천명해달라는 거다. 특히 사천에 설립하는 문제는 더이상 유동적일 수 없다는 정부 의지를 명확히 못박아주기를 경남도민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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